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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곧 뜬다고…체코 남부 모라비아가 주목받는 이유[체코로 Czech IN]

홍지연 여행+ 기자 조회수  

남들 다 가는 유럽 여행지 말고, 비밀스럽게 꼭꼭 숨겨진 곳을 원한다면 체코 남부 모라비아를 추천한다. 체코 대표 와인 산지로 급부상한 남부 모라비아는 보헤미안 지역을 대표하는 프라하와는 또 다른 매력으로 여행자를 유혹한다. 남부 모라비아가 처음이라면 주도 브르노를 들러야 한다. 브르노보다 더 깊게 들어가고 싶다면 모라브스키 크룸로프(Moravský Krumlov)와 블치노프(Vlčnov)를 추천한다. 아직 한국인 여행자에게는 낯선 미지의 세계로 한발 빠르게 다가가 보자.


알폰스 무하의 ‘슬라브 서사시’ 작품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 무하 전시 하나만으로도 가치가 있는,

모라브스키 크룸로프

모라브스키 크룸로프 성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모라브스키 크룸로프는 현재 체코 사람들 사이에서도 인기 있는 곳이다. 이유는 바로 체코 출신 화가 알폰스 무하(Alphonse Mucha)의 대표작 ‘슬라브 서사시(Slav Epic)’ 전시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모라브스키 크룸로프는 알폰스 무하가 태어난 곳이다. 무하가 체코와 슬라브 민족의 민족정신을 고취시키기 위해 그린 슬라브 서사시가 걸린 곳은 모라브스키 크룸로프 성이다. 중세시대 지어진 모라브스키 크룸로프 성은 16세기 르네상스 양식으로 재탄생했다. 이후 1618년부터 1648년 벌어진 30년 전쟁 때문에 피해를 입기도 한 역사적인 공간이다.


알폰스 무하의 ‘슬라브 서사시’ 전시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알폰스 무하는 1900년대 초부터 민족과 나라를 위해 슬라브 서사시를 그리기로 결심했다. 이후 무하는 몇 년 동안 후원자를 직접 찾아 나섰고 미국 자선가로부터 보조금을 받아 1911년작업에 돌입할 수 있었다. 최대 높이 6m, 너비 8m 그림을 그리기 위해 서부 보헤미아 지역의 성을 빌렸다. 슬라브 민족의 역사와 전설 그리고 문화를 하나로 집대성하는 슬라브 서사시를 완성하는 데 걸린 시간은 장장 18년. 1910년에서 1928년까지 그림을 그리는 중에는 제1차 세계대전도 겪었다. 전쟁으로 인해 재료 수급이 어려워지면서 작업 시간이 더 늘어났다.

이후에도 수난은 계속 됐다. 제2차 세계대전 중에는 나치로부터 그림을 지키기 위해 이곳 저곳으로 작품을 숨겨야 했다. 1948년 정권을 잡은 공산당은 무하를 부르주아 예술가로 여겨 적대시했다. 1950년대에 들어서야 슬라브 서사시는 모라브스키 크룸로프 성으로 옮겨졌다. 이후 첫 전시를 선보인 것은 1963년, 모라브스키 크룸로프 성에서였다. 전시는 2011년까지 계속됐다. 이후 슬라브 서사시는 프라하, 도쿄 등 자리를 옮겨가며 선을 보였다. 그러다가 2021년 10년 만에 보수 공사를 마친 모라브스키 크룸로프 성에서 다시 전시를 하게 된 것이다. 이번 전시는 2026년까지 계속 한다. 그 이후에는 프라하에서 슬라브 서사시를 볼 수 있다.


알폰스 무하의 작업을 기록한 사진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슬라브 서사시는 총 20개의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반부 10개 작품에는 고대부터 현재까지 종교·전쟁·역사 등을 다루고 나머지 10개 작품에서는 슬라브 민족이 겪은 중요한 사건을 소재로 그렸다. 다소 무게감이 있는 이야기를 다루지만 곳곳에서 무하 특유의 몽환적인 화풍이 느껴진다. 알폰스 무하는 슬라브 서사시를 그리면서 실제 모델의 사진을 찍은 다음 그림으로 표현했다. 전시관 한 곳에 무하가 참고한 모델의 흑백사진도 전시해 놓았다. 사진을 보고 그림에 어떻게 표현했는지 비교해가며 전시를 감상하는 것도 재밌다.


알폰스 무하의 슬라브 서사시 전시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슬라브 서사시 전시 후에는 모라비아식 크네들리키(Knedliky)로 허기진 배를 채워보자. 크네들리키는 체코를 대표하는 전통요리다. 크네들리키는 우리로 치면 찐빵과 가장 흡사하다. 1800년대 전쟁 당시 오븐이 파괴되어 더 이상 빵을 구울 수가 없게 되자 반죽을 그냥 물에 넣고 익힌 것에서 유래했다고 알려졌다. 크네들리키는 체코뿐 아니라 오스트리아, 폴란드, 헝가리 등에서도 비슷하게 먹는다.

크네들리키는 밀가루에 달걀, 우유를 넣고 반죽해 물에 삶아 만든다. 체코 전역에서 맛볼 수 있는데 보통 아무것도 넣지 않은 크네들리키를 수프나 스튜, 굴라시, 고기 요리 등에 곁들여 먹는다. 지역에 따라 그리고 계절마다 빵 안에 넣는 재료가 달라지기도 한다. 모라비아식 크네들리키는 보통 봄 제철을 맞는 살구를 넣어 만든다. 현지말로는 메룬코베 크네들리키(meruňkové knedlíky)라고 한다. 계피가루를 뿌린 빵을 한입 물면 상큼한 자두 과육이 쭉 밀려 나오면서 달콤한 향이 입안 가득 퍼진다.

# 유네스코도 인정한 블치노프 마을

전통 축제 ‘왕들의 기마행렬’


블치노프 마을의 ‘왕들의 기마행렬’ 축제 모습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남부 모라비아 지역 대표적인 전통 축제 ‘왕들의 기마행렬’은 2011년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체코 현지어로는 ‘이즈다 크랄루(Jízda králů)’라고 부른다.

축제가 열리는 무대는 블치노프와 훌크(Hluk) 쿠노비체(Kunovice), 스코로니체(Skoronice) 마을이다. 오순절(五旬節, 부활절 후 50일째 되는 날)에 동네 청년들이 말을 타고 마을을 한 바퀴 도는 풍습이다. 기마행렬 맨 앞에 청중들에게 말을 거는 사람이 있다. 그 뒤로는 꽃을 입에 문 소년 왕과 그의 시동 그리고 기마대가 차례로 등장한다. 독특한 점은 왕과 시동은 여장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블치노프 마을에서 열린 ‘왕들의 기마행렬’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선두에 선 기마대는 구경꾼들을 묘사하는 농담을 크게 외친다. 지목 받은 사람은 기마병 발에 달린 성금 상자에 돈을 넣는 것이 관례다. 한 기마병이 우리 일행을 보고 “아시아에서 온 구경꾼들은 보아라”라며 말을 걸기도 했다. 왕과 기마대가 타는 말과 축제 의상은 마을 전통에 따라 약간씩 달라진다.


왕들의 기마행렬 축제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유네스코에 따르면 블치노프에서는 왕들의 기마행렬을 매년 감상할 수 있다. 훌크 마을은 3년에 한 번, 쿠노비체는 2년에 한 번, 스코노니체에서는 수시로 열거나 ‘슬로바츠키 록(Slovácký rok)’ 축제 일환으로 4년에 1번 축제를 연다.

블치노프 마을은 지난 5월 26일 왕들의 기마행렬 축제를 열었다. 인구 3000명이 살고 있는 블치노프 마을은 아침 일찍부터 복작거렸다. 시장을 필두로 모든 마을 사람들이 전통의상을 챙겨 입고 모라비안 민속 음악과 춤을 선보였다.

말을 단장하고 있는 블치노프 마을 사람들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오후 2시 30분 본격적으로 기마행렬이 시작했다. 마을회관으로 이어지는 길에 말을 탄 청년 무리가 등장했다. 퍼레이드 1시간 정도 이어졌다. 기마대는 관광객과 함께 사진도 찍고 이야기도 나누면서 행진을 계속 했다.


마을 곳곳에서 전통 음악 연주를 펼치는 동네 사람들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마을 곳곳에는 음식과 맥주를 파는 노점이 늘어섰고 마을 사람들은 직접 만든 공예품을 가지고 나와 관광객을 맞았다. 행진이 끝나고는 아마추어 악단이 무대에 등장해 전통 음악을 연주했다. 흥이 난 마을 사람 중에는 무대에 올라 음악에 맞춰 춤을 추기도 했다. 블치노프에서 가장 뜨거운 봄날의 주말이 그렇게 지나갔다.


블치노프 마을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체코(남부 모라비아)=홍지연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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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지연 여행+ 기자
content@trip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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