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만 여행객이 쿠바에서 입국을 거부당한 사례가 2건 발생했다. ‘중국이 압력을 가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대만 내에서 제기됐다.
민시신문 등 대만 매체는 대만 여권으로 쿠바에 입국하려던 대만 여행객이 ‘중국이 대만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다’ 등 이유로 입국 거부 및 송환을 당했다고 보도했다.
멕시코에서 쿠바로 향하던 한 대만 여행객은 공항에서 약 25시간을 대기한 후 멕시코로 돌려보내졌다. 쿠바 출입국관리소 직원은 “대만 여권으로 입국할 수 없다. 중국 여권으로만 가능하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여행객은 “2만 대만달러(약 85만원) 정도의 손실을 봤다. 단기간 내 쿠바를 다시 가지 않을 것 같다”라고 밝혔다.
대만 교포 옌모씨 일가도 같은 상황을 겪었다. 캐나다 몬트리올에 거주하는 옌모씨 가족은 전원이 캐나다 영주권을 가지고 있다. 가족 5인이 9일간의 자유여행 계획으로 쿠바 아바나공항에 도착했으나, 출입국관리소 직원이 “중국이 대만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다”라며 입국을 거부하고 여권을 압류했다. 다음 날 아침 5명 전원은 캐나다로 송환됐다. 이들 가족은 약 10시간 이상을 대기한 후 돌려보내졌다.
옌모씨는 “작년 7월에 대만 여권으로 쿠바에 입국한 친구가 있는데 왜 안 되냐”며 큰 소리로 항의했다. 하지만 쿠바 출입국관리소 직원이 “이것이 새로운 정책이다. 대만은 이제 중국과 관계가 좋지 않다”라고 말하며 입국을 거부했다.
대만 외교부는 “현재 쿠바에 대만 여권에 대한 제한 사항은 없다”며 “관련 정보를 확인할 때까지 쿠바 여행을 미뤄 달라. 혹은 쿠바 정부 웹사이트나 항공사 등을 통해 입국 규정을 확인해 달라”고 부탁했다.
대만에선 “중국의 ‘대만 찍어 누르기’다. 놀라운 것 없다”라는 여론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의 한 여행사 대표는 “크리스마스 연휴 기간 벌어진 오해이길 바란다”라며 “쿠바에 갈 수 없게 된다면 관련 법에 따라 환불 혹은 고객이 선택한 다른 상품으로 대체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환구시보 등 언론은 “쿠바가 ‘하나의 중국’ 원칙을 고수했다. 소위 ‘대만 여권’이란 것은 인정하지 않았다”며 “대만 내 네티즌도 대만 당국에 불만을 표시했다. ‘다가오는 선거를 위해 이슈를 만드는 것 아니냐’라고 생각하는 이도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네티즌은 “잘했다. 멋지다. 쿠바를 칭찬한다” 등의 댓글을 달았다.
한편 2022년 11월 도입된 인도네시아 전자세관신고서(ECD)의 국적 입력란에는 ‘대만’ 혹은 ‘중화민국’ 항목이 없다. ‘중국’을 고르거나, ‘기타’를 선택 후 직접 입력해야 한다. 이번 쿠바 입국 거부 사건이 화제가 되며, 대만 내에서 “인도네시아에 입국하는 모든 대만 사람이 중국인이 되기를 강요당하고 있다”라는 비판이 일었다. 이에 대만 외교부는 “인도네시아 정부에 개선을 요구했다”라고 발표했다.
글=유준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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