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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거진 녹음, 건축 거장 손길 닿은 일본 호텔 3

최지연 에디터 조회수  

카이 유후인

‘만 나이’로 통일돼 2살은 어려졌지만 그 와중에 0.5살은 어김없이 먹었다. 휴가철이자 벌써 일 년 절반 이상이 흐른 지금. 차분하게 마음을 추스를 시간도 필요할 터. 고요한 휴식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준비했다.

방문 자체가 목적이 되는 호텔이 있다. 일본 호시노 리조트(이하 호시노)는 땅과 지역이 지닌 개성을 최대한 활용해 리조트에 모두 녹여낸다. 자연에서 비일상 경험을 제공하며 휴식의 감도를 높였다.

호시노는 100여 년 전 가루이자와 작은 료칸에서 시작했다. 일본 호텔들은 보통 부동산 소유와 운영을 같이 해나갔다. 버블경제 붕괴 이후 호시노는 취할 건 취하고 버릴 건 버렸다. 소유는 버리고 운영에 집중하며 ‘온천 료칸 재생 사업’으로 새로운 장르의 일본 호텔 문화를 만들어냈다.

럭셔리의 정점이 된 전통

‘전통’과 ‘현대’의 결합

일본에서 ‘전통’은 고리타분한 것으로 여겨졌었다. 호시노 등장 이후 촌스러웠던 전통은 럭셔리의 정점으로 올라서게 됐다. 호시노는 전통과 현대를 결합해 차별화된 휴식을 제안한다.

일본 전통 료칸이 지켜오던 방식과 시스템을 고객 취향을 기반으로 분석해 호시노 리조트만의 특징을 만들었다. 하드웨어는 료칸을 표방하지만 소프트웨어인 서비스는 서양식 호텔의 장점을 취했다. 건축에 다소 불리할 수 있는 지리적 특성도 필요하다면 과감하게 포용해 유일무이한 경험으로 승화시킨다.

호시노 리조트

4대째 가업을 이어오고 있는 호시노 리조트는 현재 일본을 비롯해 60개 이상의 호텔·리조트를 운영 중이다.

럭셔리 브랜드 ‘호시노야’ 온천 료칸 전문 ‘카이’ 가족형 로컬 리조트 ‘리조나레’ 도심 호텔 ‘오모’ 젊은 세대를 위한 호텔 ‘베브’ 등 다양한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호시노는 일상과의 분리를 중시한다. 단절감과 비일상의 경계로 여행자가 휴식에만 몰입하도록 호시노는 건축에 공을 들였다. 세계 건축 거장이 참여해 건축미가 돋보이는 호시노 브랜드 호텔 세 곳을 추려 소개한다.

계단식 논의 재발견

쿠마 켄고가 설계한 ‘카이 유후인’

2022년 오픈한 카이 유후인은 올해 글로벌 여행 전문지 트래블앤레저(Travel+Leisure)가 주관한 ‘세계 100대 호텔’에 선정된 유일한 일본 호텔이다. 카이 유후인이 위치한 오이타 현은 지명이 ‘큰 논’을 의미할 정도로 논이 주변에 풍부하다.

(좌) 쿠마 켄고와 펜디는 2024년 컬렉션에서 협업했다 (우) 카이 유후인

카이 유후인 설계는 세계 건축 거장 쿠마 켄고가 맡았다. 쿠마 켄고는 2020 도쿄올림픽 주경기장을 설계해 익숙한 이름이다. 그는 지역 재생과 일본 특유의 목조 건축으로 따뜻한 건축을 보여준다. 그에게 로컬은 곧 글로벌이다. 쿠마 켄고는 공간에 머무는 사람이 계절을 어떻게 느끼는지가 중요하게 봤다. 그는 계단식 논이 일본 전통 정원만큼 아름답다고 생각했고 계단식 논 형태를 그대로 살려 카이 유후인을 설계했다.

숙소가 계단식 논 위에 독보적으로 서 있고 그 너머 유후다케 산의 광대한 전망을 볼 수 있다. 찰랑이는 논 위로는 사계절이 흐른다. 모내기 후에는 초록색 싹이 싱그럽고 여름엔 다 자란 벼가 바람을 타고 움직인다. 가을엔 벼 이삭이 무성하게 자라 계단식 논을 금빛으로 물들이고 추수 후 가지런히 볏짚이 늘어선 계단식 논 풍경은 겨울의 유후인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반딧불 바구니 조명

오이타 현은 전통적으로 대나무 세공이 유명하다. 모든 객실에 유명 공예가가 한 땀 한 땀 수제로 만든 ‘반딧불 바구니’ 조명이 있다. 밀짚으로 만든 바구니에 반딧불이를 길러 한밤의 길잡이로 삼았던 오이타 전통을 따라 나선형 모양으로 만든 ‘반딧불 바구니’는 유후인 물가에 서식하는 반딧불이처럼 호텔 내부를 은은하게 밝힌다. 다다미 바닥은 지역 전통 짚으로 독특한 감촉에 풀 향기를 풍기는 골풀(시치토우이)로 마감했다. 시치토에서 재배해 ‘시치토이’라고도 불린다. 실내의 큰 통창은 액자에 담긴 사진과 같은 풍경을 자아낸다.

단절을 통한 휴식

아즈마 리에의 ‘호시노야 교토’

좌식형 의자에서 보는 풍경 / 사진=호시노 리조트

호시노야 교토는 가루이자와에 이은 두 번째 호시노야 브랜드다. 호시노야 교토는 전통 나룻배를 타고 고요한 오이 강을 따라 15분간 여행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마치 다른 세계로 이동하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조용한 부두에 도착하면 호텔 직원들이 줄지어 인사를 건네며 맞이한다.

봄에는 벚꽃, 가을에는 단풍, 여름에는 푸른 녹음, 겨울에는 눈 덮인 나무 등 사계절의 아름다움을 반영하는 풍경에 둘러싸인 현대식 료칸은 정원과 전통 건축물이 어우러진 숨은 안식처다. 각 객실은 오이 강과 오구라 산 전망을 바라보고 있다. 지나가는 야생동물을 발견할 수도 있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덴류지 사찰, 오이강, 대나무숲 지쿠린, 오구라 산 풍광 덕에 아라시야마는 헤이안 시대부터 귀족의 별장지로 사랑받았다. 100년 역사가 새겨진 목조 건축물을 리노베이션해 가장 일본적이면서 현대적인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호시노야 교토는 일본 교유의 건축미를 살려 방에 작은 서재가 딸려 있거나 복층 구조를 살리는 등 방마다 분위기가 다르다.

미닫이문을 열고 들어가면 에도시대부터 이어져온 전통 향주머니가 놓여 있다. 자연광을 살리기 위해 최소한의 조명만 존재한다. 덧문을 열면 모든 창이 풍경과 절기를 담는 액자가 된다. 좌식생활 때 건축물인 만큼 앉았을 때 눈높이에 맞춰 디자인했다. 모든 방에서 오이강 물빛을 볼 수 있게 설계했다.

(좌) 아즈마 리에, (우) 전통 나룻배를 타고 오는 손님에게 인사를 건네는 호시노야 교토 직원들 / 사진= 호시노 리조트

공간을 채우는 가구와 인테리어는 현지 장인들의 솜씨가 하나하나 서려 있다. 현대식 소파를 좌식으로 재해석한 다다미 소파는 사이타마현 공방의 작품이다. 다다미방 특유의 낮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경치에 매료돼 시간을 잊은 채 바라보는 여행자도 많다. 공간을 크게 나누는 미닫이문을 열면 객실 벽면에 빛이 비치는 각도에 따라 입체적인 문양이 반짝인다. ‘가라카미’라 불리는 전통 공예지다. 침대 헤드보드에도 쓰여 하루의 시작과 끝을 교토 문화와 함께 맞이한다. 실내복과 겨울 외출용 덧입는 솜을 넣은 ‘하오리’역시 교토 전통 디자인 공방인 소우소우에서 제작한 작품이다.

호시노야 교토는 일상과 단절돼있지만 자연의 소리가 늘 깔려있다. 숙소 옆을 흐르는 강과 시냇물 소리, 맞은편 언덕을 달리는 기차소리, 강 건너 숲속에서 사슴이 새끼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온다. 저녁에는 곤충과 개구리 노래로 활기가 넘치고 아침에는 새소리에 잠을 깬다. 도시의 흐름과는 다른 자연의 시간이 시작된다.

안도 타다오 물의 교회와 함께

리조나레 토마무

리조나레 토마무

홋카이도 정중앙에 위치한 토마무 산을 중심으로 고지대에 위치한 리조나레 토마무는 가족형 럭셔리 리조트를 표방하는 만큼 먹거리와 즐길 거리가 가득하다.

팜 호시노

리조나레 토마무에서 직접 운영하는 농장인 팜 호시노는 리조트 개발 전 700마리의 소를 키우던 농장을 재현한 체험형 목장이다. 이곳에서 생산된 농산물로 리조트 내 음식을 선보인다.

안도 타다오 물의 교회

일본 대표 건축가이자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안도 타다오의 ‘물의 교회’는 노출 콘크리트 외관과 직사각형의 기다란 창이 특징이다. 자연과의 조화를 우선으로 생각하는 안도 타다오의 건축물인 만큼 얕고 잔잔한 물과, 자연광을 이용해 빛과 어둠 차이를 극대화했다. 간결하고 단순하지만 차갑지 않은 느낌을 주며 숲에 둘러싸여 있어 자연과 조화를 이룬다.

토마무는 겨울에 영하 30도까지 떨어질 정도로 홋카이도에서도 추운 지역으로 모든 시설이 얼음으로 된 아이스 빌리지가 있다. 아이스 빌리지에는 얼음 북 카페, 얼음 편의점, 얼음 바 등 다양한 시설이 있다. 실제 얼음 안에서 숙박을 할 수 있는 얼음 호텔도 있다. 얼음 교회에서는 매일 한 커플씩 결혼식을 진행할 수 있고 결혼식을 마무리하며 불꽃놀이가 열리는데 이 또한 이곳 볼거리이다.

겨울에 곤돌라를 타고 해발 1088m를 15분 정도 올라가면 주변이 온통 하얀 토마무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무빙 테라스 주변에는 전망 시설인 클라우드 워크(Cloud Walk), 인스타 명소인 클라우드 바(Cloud bar) 등의 볼거리가 있다. 여름에는 운해가 밀려와 운카이(운해)테라스 라고도 한다.

권효정 여행+ 기자

최지연 에디터
content@trip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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