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을 거치며 공항, 비행기 객실, 호텔, 식당에 이르기까지 모든 공간에서 위생은 사람들의 최우선 관심사 중 하나로 부상했다. 그런데 최근 에어프랑스(Air France)의 항공기가 피와 배설물로 흠뻑 젖은 카펫을 청소하지 않은 채 7시간 동안 비행해 논란이 일었다.
지난 6일(현지시간) CNN은 에어프랑스의 파리(Paris)발 보스턴(Boston)행 비행기에서 피에 젖은 바닥을 발견한 한 승객의 사연을 전했다. 지난 달 30일 해당 항공편에 탑승한 하빕 바타(Habib Battah)는 이륙 직후 자신과 아내의 발밑 공간에서 올라오는 이상한 냄새를 맡았다. 처음에는 캐리어에 넣어 함께 태운 고양이들이 볼일을 본 줄 알았던 그는 훨씬 당황스러운 광경을 보게 된다. 자신의 좌석 밑 카펫이 알 수 없는 붉은 액체로 흥건히 젖어 있던 것이다. 발견 당시 이미 고양이 캐리어를 포함한 그의 짐 일부가 오염된 상태였으며 얼룩은 물티슈 한 통을 다 써도 지워지지 않았다.
추후 대응도 문제였다. 카펫을 청소하는 승무원은 없었고 그에게는 생수 두 병, 비즈니스석에서 사용하는 담요 두 장만이 주어졌다. 다른 좌석이 가득 찬 탓에 자리를 옮기지도 못한 채 그와 아내는 7시간의 비행 내내 악취에 시달려야 했다. 확인 결과 이 액체는 전날 같은 비행기에 탔던 승객이 흘린 피였으며 대변도 섞여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기내에서 하혈한 승객을 의료진이 후송한 뒤 좌석을 청소하는 과정에서 카펫의 오염은 미처 발견하지 못한 것이다. 에어프랑스 측은 성명을 통해 “이번 사태로 승객에게 불편을 끼쳐드린 점에 대해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원인 파악을 위한 내부조사에 들어갔다”면서도 “혈액을 노출한 것 자체는 위험성이 매우 낮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의학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특히 혈액에 섞여 있던 대변이 에어로졸(Aerosol)화를 거쳐 자칫 사람들의 손이나 짐은 물론 기내식까지 오염시킬 수 있었다는 점에서 확실한 현장 조치가 필요했다고 지적했다. 하빕은 현재 변호사와 상담을 통해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에어프랑스는 사건 발생 3일 후 그에게 연락을 취해 고양이들을 씻겨주는 한편 500달러(약 63만원) 상당의 바우처를 제안했지만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