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렴한 물가와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서 이국적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베트남은 한국인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는 휴양지로 손꼽힌다. 특히 호이안은 그동안 ‘다낭 갈 때 덤으로 가는 곳’의 느낌이 강했다면 이제는 아니다. ‘경기도 다낭시’로 불릴 만큼 한국인이 넘치는 다낭에 비해 비교적 한가롭고 더 투명하며 맑은 바다를 볼 수 있는 호이안을 찾는 이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호이안만의 고즈넉함을 즐기고자 베트남 중부로 날아갔다.
여행 중 가장 오랜 시간을 머무는 곳은 당연 숙소이다. 혹자는 잠만 자는 용도라며 소위 말하는 컨디션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베트남, 그것도 호이안에서 만큼은 달라야 한다. 숙소에서 할 것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뉴월드 호이아나 비치 리조트(New World Hoiana Beach Resort) |
대표적인 곳이 지난 4월에 문을 연 뉴월드 호이아나 비치 리조트(New World Hoiana Beach Resort)이다. 호이아나 호텔&스위트(Hoiana Hotel & Suites), 뉴월드 호이아나 호텔(New World Hoiana Hotel), 호이아나 레지던스(Hoiana Residences)에 이어 오픈한 호이아나 리조트&골프(Hoiana Resort & Golf)의 4번째 숙박시설이다.
다낭 공항에서 40분이면 도착하는 이곳은 번잡한 시내로부터 조금 떨어져 있어 조용하고 여유롭게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기에 적합하다. 오픈한 지 얼마 안 된 리조트라 그런지 먼지 하나 찾기 힘들 정도로 깔끔했고, 고개를 한참 들어 봐야할 만큼 높은 로비의 층고는 웅장함을 전했다. 무엇보다 생물권 보전지역 참 섬(Cham Islands)이 보이는 동중국해(East China sea)가 바로 앞에 위치해 순한 파도 소리가 마치 연주같이 느껴졌다.
쾌적한 크기의 객실
총 330개의 객실을 보유한 리조트는 쾌적한 크기와 환상적인 경치를 자랑한다. 그중에서도 끝자리 번호가 홀수인 객실이 조금 더 매력적이다. 창 너머로 완벽한 오션뷰를 만끽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객실마다 널찍한 개인 발코니가 있어 잠시 앉아 드넓은 바다를 바라보며 휴식을 취하기에도 좋다.
지속가능성을 기반으로 한 침구류를 제공하는 점도 눈여겨 볼만 하다. 유기농 베개, 코코넛 섬유 매트리스 및 유기농 면 시트 등 친환경 소재를 사용해 어린아이가 있거나 민감한 피부를 가진 사람들도 안심하고 사용해도 좋다.
휴양지 느낌 물씬 나는 야외수영장
호캉스를 즐기러 온 사람이라면, 모름지기 수영장이 가장 중요하다. 이곳 수영장은 일단 규모가 크고 넓다. 야자수를 곳곳에 배치해 휴양지의 느낌이 물씬 난다. 수영장 입구에서 타월과 구명조끼를 무료로 제공해 양손 가볍게 몸만 가도 좋다. 베트남의 여름은 무척 덥고 습해 바깥에 잠깐이라도 있기 힘든 날씨다. 때문에 하루 중 비교적 선선한 새벽 아침의 야외 수영을 추천한다. 수영장 주변으론 카바나가 둘러싸여 있는데 모두 무료로 즐길 수 있다.
아무리 자연의 느낌을 잘 가져왔다고 해도 ‘찐’ 자연을 넘어설 수는 없다. 갇힌 수영장에서의 수영이 답답하게 느껴진다면 수영장에서 바로 이어진 해변으로 자리를 옮기면 된다. 프라이빗 비치인 이 해변은 투숙객만 이용할 수 있어 한산하고 조용하다. 새벽녘의 어스름한 하늘과 맞닿은 바다에 잔잔히 수놓인 금빛 윤슬은 황홀하기까지 하다. 이날은 옅게 낀 해무에 일출은 보지 못했지만, 반짝이던 그 순간은 이루어 말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다웠고 이곳에서 보낸 시간 중 가장 소중했다.
리조트 내 위치한 다양한 레스토랑
아침부터 분주히 수영에 일출까지 즐긴 만큼 출출해질 찰나. 입실 시 안내받았던 리조트 내 식당이 떠올랐다. 리조트에 3가지의 새로운 레스토랑을 선보인다는 설명이었다. 일단 뷔페식 레스토랑인 블렌드(Blend)라는 곳이 궁금했다. 베트남뿐만 아니라 중국, 동남아시아 지역의 다채로운 음식이 넘쳐났다. 무엇보다 이곳에서 선보이는 100% 천연 사탕수수 착즙 주스의 맛이 일품이었다. 이밖에도 각종 생과일주스와 망고스틴, 리치와 같은 다양한 열대과일을 준비해 눈길을 끌었다. 또한, 망고를 주문하면 눈앞에서 손질해 접시에 담아준다. 설탕만큼 달콤한 그 맛은 정말이지 잊을 수 없다.
큰 창 사이로 들어오는 포근한 아침 햇살을 맞으며 조식을 먹은 후 음료 한 잔을 들고 녹음이 짙은 널찍한 테라스로 나갔다. 한가로이 시간을 보내면서 이후엔 무얼 할지 행복한 고민에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도시에서 절대 누릴 수 없는 것, 바로 소음으로부터의 자유가 아닐까.
리조트 로비에 위치한 더 커먼(The Commons)이라는 레스토랑에서 간단히 커피 한 잔을 즐겼다. 더 커먼은 커피부터 칵테일까지 각종 음료를 제공하는 소셜 허브의 공간으로 독특한 견과류 로스팅 카운터를 가지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베트남 고추의 알싸한 매운맛을 첨가한 마카다미아가 음료와 함께 나오는데 이것이 아주 별미다.
커피와 함께 주는 빨대가 독특하게 생겼는데 알고 보니 모두 사탕수수로 만들어져 자연스럽게 썩는다고 한다. 지속가능성을 강조하는 이곳의 콘셉트와 알맞은 서비스다. 저녁엔 바(Bar)로 바뀌어 칵테일과 간단한 음식을 곁들일 수 있다. 칵테일의 종류가 다양하지 않고 대중적인 맛은 아니어서 개인적으로 칵테일보다는 커피를 마셔볼 것을 권한다.
풍부한 호텔 내 즐길거리
리조트에서 호이아나 호텔&스위트와 이어진 로비로 나오면 카지노가 있다. 총 140개의 테이블 게임과 350여 개의 슬롯 게임을 갖추고 있다. 규모가 상당하다. 카지노에 들어가기 전 프리미어 리워드(Premier Rewards)를 만들면 입장할 수 있다. 리워드는 가입 시 카드로 제공하며 총 4종류로, 등급이 높을수록 더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특히 리워드 카드로 리조트 내에 위치한 각종 레스토랑 및 편의시설을 10~20% 할인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다. 유효기간이 없어 가족 단위로 놀러 온 여행객에게 좋다.
호이아나 리조트&골프가 만든 곳인 만큼 이곳의 시그니처는 바로 골프장이다. 리조트에서 버기카나 셔틀버스로 3분 거리에 있는 호이아나 쇼어 골프 클럽은 세계적으로 ‘친환경 골프 코스 설계의 아버지’로 불리는 전설적인 디자이너 로버트 트렌트 존스 주니어가 디자인했다. 넓고 쾌적한 필드를 자랑하는 이곳은 지난해 7월 아시아 100대 골프코스(TOP 100 Golf Courses ASIA)에서 15위에 올라 골퍼들의 관심을 끌었다. 베트남에서 가장 큰 규모인 7000야드(약 2000평)를 자랑하며, 특히 후반 10번 홀부터가 하이라이트다. 16~18번 홀에서 눈앞에 펼쳐진 참 섬(Cham Islands) 해안선을 바라보며 날리는 퍼팅은 짜릿함을 선사한다.
호텔이 목적지가 되는 데스티네이션 리조트로 불릴 만큼 리조트 내에도 즐길 거리가 충분하지만 여행이라면 관광을 빼놓을 수는 없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한 호이안 올드타운을 비롯해 유명 관광지가 차로 20분 거리다. 도보로 주변을 관광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점이 아쉬웠지만, 리조트에서는 다낭과 호이안 시내 관광이 편리하도록 무료 셔틀버스를 운행하니 셔틀 운행 시간표를 미리 참고하면 좋다.
글=고민경 여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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