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여행객의 수 만큼이나 많은 숙박업소로 가득하다.
여인숙, 게스트하우스, 비즈니스 호텔, 리조트 등등 종류도 가지가지다.
이런 다양한 유형의 숙소 가운데 최고로 불리는 곳은 단연 ‘5성급’ 호텔일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5성급 호텔로 분류되려면 어떤 조건을 갖춰야 할까.
2019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호텔업 등급 결정업무 위탁 및 등급 결정에 관한 요령’에 따르면
각 성급이 요구하는 조건은 다음과 같다.
등급 |
요건 |
1성급 |
CCTV, 로비, 객실 보안시설, 조식이 제공되는 식음료시설, 객실 가구, 편의용품, 냉난방 시설 등 |
2성급 |
1성급과 채점 기준 자체는 같으나, 더 높은 점수 요구. 2021년 기준 가장 많은 호텔이 속함. |
3성급 |
호텔 운영 전산시스템(PMS), 종사원 교육 필수. 외국어 기재/능력이 가산점이 되며, 연회장 등 부대시설(체력단련장, 수영장, 사우나, 스파)이 평가항목에 추가 |
4성급 |
2개 이상의 정규 레스토랑이 있고, 비즈니스 센터, 연회장, 국제 회의장이 있으며, 12시간 이상 룸서비스가 제공되고 나이트클럽·카지노·휘트니스센터 등의 기타 편의 시설이 있는 호텔 |
5성급 |
3개 이상의 정규 레스토랑이 있고 대형 연회장이 있으며, 18시간 이상 룸서비스가 제공되는 호텔 |
이렇듯 우리나라는 상당히 세세하고 체계적인 등급 평가 체계를 법률로 정하고 있다.
하지만, 사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호텔 등급에 대한 표준은 존재하지 않는다.
유럽에서는 호텔스타즈(HOTELSTARS)라는 비영리 조직에서 등급을 결정한다.
심지어 일본은 아예 공식적인 등급제도가 없다.
북미의 경우 포브스 트래블 가이드(Forbes Travel Guide)에서 1958년부터 발표하는 ‘스타 어워즈(Star Award)’를 많이 참고한다.
현재까지도 널리 쓰이는 ‘~성급’이라는 표현의 시초가 여기인 셈이다.
포브스 트래블 가이드에서도 평가 등급은 최고 5성까지 밖에 없다.
하지만 같은 등급에서도 시설, 서비스에 따라 이용자들이 느끼는 편차는 꽤 크다.
일부 언론은 아예 5성급 안에서도 더욱 호화스럽고 특별한 호텔을 강조하기 위해 ‘7성급’이나 ‘특급’과 같은 수식어를 붙이기도 한다.
별만으로 가치가 결정되지 않는 특별한 호텔들도 있다.
이른바 ‘명품’으로 통하는 각종 럭셔리 패션 브랜드들은 지난 수년 동안 활발하게 사업을 확장해왔다.
특히나 숙소와 식당, 인테리어 등 의식주에서 기존에 전념했던 ‘의’를 뺀 나머지 영역으로의 진출이 큰 화두였다.
이런 호텔들의 특징은 각 브랜드의 가치관을 뚜렷하게 보여주는 공간에서 기존 고급 호텔의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는 점이다.
별을 뛰어넘는 특별한 호텔과 호화 리조트로 유명한 도시를 이야기할 때 아랍에미리트 두바이를 빼놓을 수는 없다.
우리나라에서 유명한 ‘7성급’이라는 수식어의 주인공 부르즈 알 아랍(Burj Al Arab)을 비롯한 두바이의 고급 호텔들은
같은 5성급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위용을 자랑한다.
실제로 포브스 트래블 가이드의 최신판에서 가장 많은 5성급 호텔을 보유한 도시는 마카오였지만
4성급을 포함한 전체 추천 호텔의 수는 두바이가 앞섰다.
그에 걸맞게 앞서 설명한 명품 패션 브랜드들의 호텔과 리조트는 지난 수년간 앞다퉈 두바이에 자리를 잡았다.
호화롭다는 말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도시 두바이에서 즐길 수 있는 진짜 ‘명품’ 호텔들을 소개한다.
01 Bulgari Resort Dubai 불가리 리조트 두바이 |
이탈리아의 주얼리 브랜드 불가리가 호텔 업계에 뛰어든 건 2004년의 일이다.
밀라노에서 시작해 발리, 런던에 차례로 진출한 그들은 2017년, 두바이의 인공섬 주메이라 베이(Jumeirah bay)에 리조트를 오픈했다.
그간 쌓아온 노하우를 십분 발휘한 이곳은 이탈리아의 전통 양식과 두바이의 첨단 이미지
주변 자연경관의 색과 질감을 그대로 살린 모습이 인상적이다.
화려한 외관은 시작에 불과하다.
불가리 최초의 마리나 요트 클럽, 세계 각국의 요리를 즐길 수 있는 5가지 레스토랑, 각종 부티크와 프라이빗 비치 등
리조트를 빠져나가지 않아도 될 정도로 방대한 부대시설을 자랑한다.
거기에 객실 맞은편에 펼쳐지는 바다와 두바이 야경, 7가지 선택지를 제공하는 맞춤 베개
투숙객이라면 누구에게나 제공되는 불가리 비치백과 같은 요소들은 덤이다.
두바이에 있는 디자이너 브랜드의 호텔 중 유일하게 포브스 트래블 가이드가 5성급으로 평가한 곳답게
장점을 열거하기엔 여백이 모자랄 지경이다.
만약 두바이를 여행한다면, 혹은 잠시 거쳐 가게 된다면 인생에서 한 번쯤 무리해서라도 묵을 가치가 있는 리조트임은 분명하다.
02 Armani Hotel Dubai 아르마니 호텔 두바이 |
디자이너 조르지오 아르마니(Giorgio Armani)가 설립한 아르마니는 현재 패션을 넘어 생활 영역 전반을 아우르는 대기업이 되었다.
개인 재산이 10조를 넘겨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디자이너로 불리는 그는
다른 명품 브랜드가 엘브이엠에이치(LVMH), 케링(Kering)과 같은 대형그룹에 매각되는 와중에도 독자적인 자신의 ‘왕국’을 세웠다.
아르마니 호텔 두바이는 2011년 문을 열었다.
2005년 밀라노에 처음 생긴 아르마니 호텔에 이어 두 번째로 영업을 시작한 이곳은
올해로 벌써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안정적으로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
호텔은 세계 최고층 빌딩으로 유명한 부르즈 칼리파(Burj Khalifa)에 위치한 만큼 빼어난 전망을 자랑한다.
거기에 현재 세계 각지에서 총 20개의 식음 업장을 운영하는 아르마니답게 레스토랑의 수준도 상당하다.
그렇지만 역시 호텔의 하이라이트는 실내다.
현대적이고 절제된, 그러면서도 고급스러움을 잃지 않은 공간은 세계적인 패션의 상징이 된 아르마니의 이름에 걸맞은 모습이다.
03 Versace Palazzo Dubai 베르사체 팔라초 두바이 |
특유의 화려한 디자인으로 널리 알려진 베르사체는 가장 먼저 호텔 업계에 진출한 패션 브랜드다.
2000년 호주 골드코스트(Gold Coast)에 처음 등장한 베르사체 팔라쪼는
브랜드가 추구하는 신 고전주의적 요소들이 곳곳에 녹아들어 이름 그대로 16세기 이탈리아의 ‘성’과 쏙 빼닮은 호텔이다.
선두주자로 출발했음에도 두바이에 베르사체가 두 번째 호텔을 연 것은 시간이 꽤 지난 2016년의 일이었다.
첫 번째 호텔이 중간에 몇 번이나 주인이 바뀔 정도로 브랜드의 자금 상황이 여의치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침을 이겨내고 세운 이들의 두 번째 호텔은 오픈 초기부터 BTS의 여름 화보 촬영 장소로 쓰이는 등 화제의 중심이 되었다.
총 215개의 객실 가운데 65개가 스위트 타입이며 그 종류만도 5가지에 달한다.
화려함의 극치를 달리는 부대시설 가운데 가장 주목할 만한 곳은 건물 로비 왼편에 자리한 큐스 바(Q’S BAR AND LOUNGE)다.
세계적인 음악 프로듀서 퀸시 존스(Quincy Jones)의 손에서 탄생한 이곳은 두바이 최고의 라이브 바로 선정되기도 했다.
특유의 색감과 디자인으로 호불호가 갈릴 수는 있지만, 베르사체의 팬이라면
누구든 기뻐할 만한 공간임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호텔은 가히 여행의 꽃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다. 지친 하루를 마치고 잠드는 장소이자 새로운 여정을 시작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그만큼 세심한 서비스, 뛰어난 음식, 다양한 부대시설을 갖춘 고급 호텔에 대한 수요는 앞으로도 늘어날 것이다.
전 세계의 부와 기술이 집중되는 도시 두바이에서 보내는 하룻밤을 한 번쯤은 명품 브랜드의 호텔에서 보내보면 어떨까.
패션을 넘어 생활 전반을 관통하는 그들의 철학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글=강유진 여행+ 기자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