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세월 동안 수많은 액션 영화 마니아를 양산한 007시리즈는 매번 화려한 로케이션으로 화제를 모은다.
영국, 멕시코, 일본 등 전 세계에 걸친 007시리즈의 촬영지 중에서도 꾸준히 등장하는 곳이 바로 이스탄불이다. 이스탄불은 역사적인 건물들과 화려한 건축미로 시리즈에 매력을 더한다. 영화의 주인공 제임스 본드가 세상을 지키기 위해 치열한 결투를 벌인, 이스탄불 내 007 촬영지를 따라가 보자.
01 본드의 숨 막히는 옥상 추격 그랜드 바자르 Grand Bazaar |
2012년 개봉한 ‘007 스카이폴(Skyfall)’의 첫 추격신이 펼쳐지는 그랜드 바자르는 이스탄불을 넘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시장이다. 시장은 오스만 제국의 이스탄불 정복 초기인 1461년에 건설되기 시작했다. 60여 개의 골목이 미로처럼 얽혀있으며, 그 안에 4000개가 넘는 상점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그랜드 바자르는 아치형 지붕이 있는 실내 시장이다. 영화에서는 제임스 본드가 지붕 위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적을 추격한다. 3만700㎡의 거대한 시장은 박진감 넘치는 추격신의 배경이 됐다. 그랜드 바자르에서는 구하지 못할 게 없다. 정교한 패턴이 상징인 이스탄불 전통 램프, 카펫, 금과 은으로 된 장신구 등 다양한 물품은 물론 튀르키예식 디저트 등 전통 음식도 판매한다.
02 본드의 치밀한 잠입 예레바탄 사라이 Yerebatan Sarnıcı |
1963년에 개봉한 007 클래식 시리즈 중 하나인 ‘007 위기일발(From Russia With Love)’에서 제임스 본드는 물이 출렁이는 지하로 진입해 소련의 극비 대화를 도청한다. 영화의 중요한 실마리가 제공되는 이 장면은 이스탄불의 지하 저수조 예레바탄 사라이에서 촬영됐다. 이곳은 비잔틴 제국의 황제 유스티니아누스 1세의 명에 따라 서기 6세기에 지어졌다. 크기는 9800㎡로, 이스탄불 지하에 흩어져 있는 수백 개의 저수조 중 가장 크다. 저수조는 콘스탄티노플 대궁전(Great Palace of Constantinople)을 비롯한 많은 건물에, 오스만 제국의 정복 이후에는 톱카피 궁전(Topkapi Palace)에 물을 공급했다. 저수조를 지탱하는 수많은 기둥 중 두 개의 기둥에는 메두사의 얼굴이 새겨져 있다. 메두사 조각상은 옆으로 뉘어져 있거나 거꾸로 세워져 있는데, 이러한 배치의 이유는 아직까지도 밝혀지지 않았다.
03 본드의 비밀 접선 아야 소피아 Hagia Sophia Mosque |
‘007 위기일발(1963)’에서 제임스 본드와 소련 대사관 직원 타니아나 로마노바가 접선하는 장소다. 타니아나는 소련 영사관 설계도를 본드에게 전달한다. 거대한 규모와 많은 기둥이 영화의 박진감을 더한 이 장소는 서기 537년에 지어진 그리스 정교회 성당이자, 오늘날 이스탄불에서 가장 유명한 이슬람교 모스크다. 비잔틴 황제 유스티니아누스 1세의 지시로 기독교 교회로 지어진 아야 소피아는 이후 몇 세기에 걸쳐 모스크, 박물관으로 변모한 후 다시 모스크가 되었다. 세계에서 몇 안 되는 기독교와 이슬람교의 공동 성지다. 아야 소피아에 남은 이슬람교의 첨탑과 기독교의 화려한 모자이크는 수 세기 동안 이 지역에서 일어난 종교적 변화를 대변한다.
04 본드의 구출 작전 마이덴 타워 Maiden Tower |
이스탄불의 위스퀴다르(Üsküdar) 해안에서 200m 떨어져 있는 칼라타 타워는 ‘007 언리미티드(007 The World Is Not Enought, 1999)’에서 영국 비밀정보국장인 M이 수감된 등대로 등장했다. 기원전 340년 경 설립된 마이덴 타워는 수세기동안 상인들의 세금 징수소, 방어탑, 등대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됐다. 오늘날에는 전망대로서 사랑받고 있다. 많은 역사와 전설이 마이덴 타워에 얽혀있다. 전설에 따르면 한 젊은 남자가 탑에 사는 수녀와 사랑에 빠졌다. 매일 밤 수녀는 불을 피워 연인을 섬으로 안내했고, 어느 날 폭풍에 의해 불이 꺼져 길을 잃은 남자는 보스포러스 해협에서 익사했다. 수녀 역시도 사랑하는 이를 잃은 슬픔에 자살했다고 알려진다.
글=조유민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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