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타임스(The New York Times)가 선정한 ‘2023년 방문해야 할 52개 도시’ 영예의 1위는 영국 런던이었다.
그렇다면 2위를 차지한 곳은 어디일까. 일본의 작은 도시 ‘모리오카’다.
모리오카시는 이와테현 내륙 지역에 있다. 생소한 이름을 가진 이 도시는 일본 내에서는 면요리로 이름을 날리는 미식 도시다.
노리에 하타야마(Norie Hatayam) 모리야마시 관광 과장은 “우리 도시가 뉴욕타임스 기사에 실린다는 것에 대해 사전에 알지 못했고, 그 사실을 알게 됐을 때 굉장히 놀라웠다”며 “모리오카의 관광 활성화 노력이 인정받은 것 같아서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모리오카는 기타카미 강, 시즈쿠이시 강, 나카쓰 강이 합류하는 지점에 있다. 약 30만 명이 거주하고 있으며 북서쪽으로는 활화산 이와테산으로 둘러싸여 뛰어난 자연 경관을 자랑한다. 모리오카는 면적 대비 적은 유동 인구로 많은 인파 없이 한적한 여행을 즐기기 적합한 장소다. 동서양이 혼합된 다이쇼 시대의 건축물 역시 뛰어난 경관에 일조한다.
모리오카는 면의 고장답게 다양한 전통 면 요리를 선보인다. 유명한 면 요리로는 완코 소바, 자자멘, 모리오카 냉면이 있다. 완코 소바는 손님이 작은 그릇에 있는 소바를 다 먹으면 요리사가 다시 그릇에 소바를 채워주는 것을 반복하며 조금씩 계속해서 소바를 즐기는 요리다. 작은 그릇에 끊임없이 먹고 싶은 만큼 신선한 면을 채워 먹는 배부르고 즐거운 경험을 할 수 있다.
자자멘은 중국의 작장면에서 유래했다. 약 60년 전에 모리오카의 식당 ‘파이론(白龍)’ 주인이 작장면을 모리오카의 지역 주민들에게 맛보여주고 싶어서 변형한 것이 모리오카 자자멘의 시초다. 작장면이 우리나라에 와서 짜장면으로 변형되며 새로운 음식이 만들어진 것처럼 모리오카에서는 자자멘이라는 음식이 탄생했다. 중화 면이 아니라 넓적한 우동 면을 사용하는 게 특징이다. 얇게 채 썬 오이, 파와 된장에 버무린 고기 등을 고명으로 올려서 먹는다. 고기 된장의 담백한 감칠맛이 일품이다. 고추기름, 식초, 다진 마늘 등으로 기호에 따라 다양하게 먹을 수 있다. 면을 다 먹으면 면수에 고기 된장, 달걀 등을 풀어 넣고 모리오카식 달걀국 ‘치탄탄’을 즐기면 된다.
모리오카 냉면은 우리나라와도 연관이 깊다. 메밀을 쓰지 않고 전분과 밀가루로 만든다. 1950년대 일본으로 이주한 재일 한국인 양용철씨가 고향 함흥의 냉면 맛을 재현하여 ‘식도원’이라는 식당을 연 것이 시초다. 고명으로 수박, 배, 깍두기, 편육, 오이, 삶은 달걀 등이 올라간다. 한국의 새콤한 냉면 맛과는 다르게 고기 육수의 국물이 걸쭉하고 진하다.
뉴욕 타임스는 모리오카의 숨은 관광 명소를 소개했다. 에도 시대의 양조장을 개조한 모리오카 마치야 모노가타리 박물관(Morioka Machiya Monogatari Museum)에 들러 모리오카의 역사를 한눈에 들여다 볼 것을 추천했다.
개운바시 노 조니(Kaiunbashi No Johnny) 재즈 카페의 멋진 분위기도 강조했다. 75세인 켄테루이(Ken Terui) 개운바시 노 조니 카페의 주인은 “카페를 임시 휴업했다가 보도 이후 다시 개장했는데 많은 방문객을 통해 이와테카현이 주목받고 있다는 걸 실감했다”고 전했다.
시 관계자들에 따르면 2022년 11월까지 약 4700명의 외국인 관광객이 모리오카를 방문했다. 코로나19 유행 이전에 평균 약 6만 6000명의 외국인 관광객이 방문한 것과 비교하면 매우 적은 수치이지만 보도에 힘입어 현재는 많은 관광객의 여행 문의가 폭증하고 있다. 히타야마 모리오카 관광과장은 “다양한 외국어로 관광 책자와 지도 등을 발행할 계획이다”라고 덧붙였다.
글=김혜성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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