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항공기는 보통 15시간 정도를 비행할 수 있다. 콴타스항공이 2019년 미국 뉴욕에서 호주 시드니를 논스톱 비행하며 20시간에 가까운 기록을 세운 것이 최장 거리 비행이다.
그런데 무려 64일 넘게 비행한 이들이 있다. 미국인 로버트 팀(Robert Timm)과 존 쿡(John Cook)은 4인승 경비행기 세스나 172(Cessna 172)를 타고 64일 22시간 19분을 상공에서 보냈다. 64년 전인 1959년에 두 사람이 세운 기록은 아직도 깨지지 않고 있다.
CNN은 착륙 한 번 없이 64일간 비행한 콤비에 대해 보도했다. 때는 195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2차 세계대전에 파일럿으로 참전한 뒤 슬롯머신 수리공으로 일하고 있던 로버트 팀은 한 가지 제안을 받았다.
제안한 사람은 라스베이거스 스트립(Las Vegas Strip) 남부 끝자락에 새로 들어선 하시엔다(Hacienda) 호텔의 소유주로부터였다. 그는 새 호텔의 홍보가 필요했고, 이를 위해 기체에 호텔 이름을 새겨 비행하면서 가장 오랜 비행기록까지 세워보자는 주문이었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공중에서 어떻게 급유를 할 것인지였다. 그들은 기름을 채울 수 있는 여분의 탱크를 설치했다. 저공비행을 하며 지상에서 대기하고 있는 연료 차량과 호스를 연결해 주유하기로 했다.
1958년 12월 4일 라스베이거스 맥카렌(McCarran Airport) 공항에서 역사적인 비행을 시작했다. 라스베이거스 상공을 날며 모든 의식주를 기체 안에서 해결해야 했다. 이들의 비행이 마냥 순탄치만은 않았다는 얘기다.
실제로 두 사람이 번갈아 조종을 했지만 항공기에서 나는 지속적인 소음과 진동은 숙면을 방해했다. 한 번은 로버트 팀이 심각한 수면 부족으로 자동비행모드로 설정해두고 한 시간 동안 조종석에서 잠든 경우도 있었다.
자넷 배드나렉(Janet Bednarek) 항공 역사학자이자 데이턴 대학(University of Dayton) 교수는 “연료 보충을 밤에 해야 할 때도 있었다”며 “매우 정교한 비행기술이 필요했기 때문에 정말 엄청난 비행쇼였다”고 말했다.
이들의 비행은 결국 건강상 이유로 종료했다. 대부분의 시간을 앉아서 보내야 했고 허리를 펴고 제대로 일어설 수 없었다. 운동도 불가능한 환경이었기 때문에 건강을 위해 비행에 마침표를 찍어야 했다.
이들이 실제로 탔던 경비행기 세스나 172는 라스베이거스 맥카렌 공항에서 볼 수 있다. 제1터미널 북쪽 끝 수화물 찾는 곳 천장에 전시 중이다.
글=강찬미 여행+기자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