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면적의 77배나 되는 호주를 여행하려면 며칠이 걸릴까. 호주를 한 번에 만나보기는 쉽지 않지만, 호주 여행 시 기차를 활용한다면 짧은 기간 동안 호주의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호주에는 대륙을 관통하는 기차 코스가 여럿 있다. 호주의 심장부 아웃백을 종단하는 ‘더 간’, 인도양과 태평양을 잇는 ‘인디안 퍼시픽’, 호주의 남부를 탐험하는 ‘그레이트 서던’, 두 대도시 애들레이드와 멜버른을 여행하는 당일치기 ‘오버랜드’ 코스 등이 있다.
특히 이중에서도 9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더 간 열차는 오랜 세월만큼이나 긴 열차 코스로 유명하다. 세계에서 가장 긴 남북 종단 열차인 더 간의 총 트랙 길이는 2979㎞로, 약 54시간이 소요된다. 더 간은 남호주 애들레이드에서 출발해 호주의 심장 앨리스 스프링스를 통과한 뒤, 노던 테리토리 주 다윈에 도착한다. 여행플러스는 호주관광청의 도움을 받아 남호주의 전원 풍경을 지나 강렬한 호주 아웃백의 톱 엔드까지 즐길 수 있는 더 간 열차 여행을 소개한다.
호주 심장부로 떠나는 더 간 열차 ㅇㅇㅇㅇㅇㅇ |
더 간 열차는 철로가 생기기 전, 호주의 레드 센터까지 낙타를 타고 보급품을 운반했던 아프간 낙타 몰이꾼의 이름을 따 ‘아프간 익스프레스’로 불렸다. 낙타 몰이꾼들은 1900년대 초반까지 우편물 및 다양한 보급품을 호주 내륙까지 운반했을 뿐만 아니라, 철도 건설을 포함한 주요 기반 시설 프로젝트에 도움을 주기도 했다. 더 간 열차는 1929년 애들레이드역에서 첫 운행을 시작했으나, 예기치 않은 홍수와 폭염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현재의 애들레이드~다윈 노선은 2004년 2월에 완공돼 첫 대륙 종단 여행을 시작했다.
최대 1000m 길이의 더 간 열차는 크게 객차, 퀸 애들레이드 레스토랑, 아웃백 익스플로러 라운지, 플래티넘 클럽 등으로 나뉜다. 아르데코 분위기의 퀸 애들레이드 레스토랑은 매 끼니 셰프가 직접 요리한 고급 코스 요리를 선보인다. 특히 애들레이드 바로사 밸리의 고급 와인과 지역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메뉴는 눈여겨볼 만하다. 대표적으로 호주 생선 바라문디와 구운 캥거루 필레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아웃백 익스플로러 라운지는 커피나 와인을 마시며 휴식을 취하거나 책과 잡지를 볼 수 있는 공간이다.
더 간 열차의 서비스는 골드와 플래티넘이 있다. 골드 서비스는 퀸 애들레이드 레스토랑에서의 고급 식사와 다양한 오프 트레인 프로그램을 갖췄다. 이보다 한 단계 높은 수준의 플래티넘 서비스는 넓은 스위트룸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고객 맞춤형 서비스도 제공한다. 특히 플래티넘 클럽은 플래티넘 서비스를 신청한 탑승객만 이용할 수 있는 프라이빗한 공간으로, 보다 조용한 곳에서 사교 모임을 할 수 있다.
더 간 열차는 평균 330명의 승객을 수송한다. 애들레이드에서 다윈까지(또는 그 반대로) 운행하는 2박 3일의 코스가 기본적인 옵션이다. 말라, 앨리스 스프링스 및 캐서린에서 즐기는 오프 트레인 체험이 포함돼 있다. 이외에도 중간 지점인 앨리스 스프링스까지 가는 1박 2일 코스나 3박 4일의 더 간 탐험 코스를 이용할 수도 있다. 어떤 코스를 선택하더라도 화려한 색상의 레드 센터는 물론 호주 아웃백의 광활한 내륙까지 탐험 가능하다.
1일차: 더 간 열차 여정의 출발점, 남호주 애들레이드 ㅇㅇㅇㅇㅇㅇ |
애들레이드에서 출발해 다윈에 도착하는 더 간 열차의 시작점은 애들레이드 파크랜드 터미널이다. 케스윅 터미널이라고도 불리는 이 역은 더 간 이외에도 인디언 퍼시픽, 그레이트 서던 및 오버랜드 열차가 출발하는 곳이기도 하다. 정오에 출발하는 더 간 열차는 애들레이드의 외곽 지역을 벗어나 끝없이 펼쳐진 시골 와인 산지를 향해 달린다. 열차는 평균 시속 85㎞로 달리지만 최대 시속 115㎞까지 속도를 높일 수 있다. 창밖에 펼쳐진 모습을 구경하면서 퀸 애들레이드 레스토랑에서 첫 번째 점심 식사를 즐길 수 있다.
기차에서 무엇을 할까 고민이라면, 라운지 의자에 등을 기댄 채 남호주의 전원 풍경을 감상해보자. 열차는 어느덧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암석층인 플린더스산맥에 다다른다. 오랜 세월 풍화된 거친 봉우리와 바위 협곡을 창밖으로 감상할 수 있다. 광활한 붉은 땅에 밤이 찾아오면 호주 로컬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저녁 식사가 준비된다. 남호주의 맥라렌 베일이나 클레어 밸리 지역의 풍부한 고급 레드 와인과 음료를 올 인클루시브로 제공한다.
2일차: 앨리스 스프링스에서 호주의 아웃백을 만나다 ㅇㅇㅇㅇㅇㅇ |
이튿날 아침은 남호주 오지 한가운데 있는 아웃백 마을 말라에서 시작한다. 승객들은 기차에서 하차한 후 간단한 스낵과 갓 내린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사막 위로 떠오르는 일출을 감상할 수 있다. 45분간 고요한 새벽을 즐긴 후 기차에 다시 탑승하면 오전 10시부터 브런치를 제공한다. 말라를 지나 작은 타운 쿨게라와 핑케 강까지 지나면 정오 무렵 앨리스 스프링스에 도착한다.
호주의 상징적인 레드 센터, 앨리스 스프링스는 광활한 아웃백이 펼쳐지는 노던 테리토리의 관문이다. 원시 풍경을 간직하고 있는 만큼 이곳에서는 다양한 오프 트레인 체험을 경험할 수 있다. 맥도널 산맥에서 가장 유명한 심슨 갭의 산책로를 거닐며, 고대 산맥의 전망을 즐기는 심슨 갭 워크 프로그램이 있다. 혹은 가이드와 함께하는 워킹 투어를 통해 지질학적인 구조와 아웃백에 서식하는 동식물군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봐도 좋다.
앨리스 스프링스를 좀 더 가까운 곳에서 경험하고 싶다면, 오프 트레인 체험을 업그레이드하면 된다. 추가 비용을 지불하면, 헬리콥터를 타고 맥도넬 산맥을 구경하거나 사막에서 낙타 타기를 경험할 수 있다. 오후 늦게 기차에 다시 올라 저녁을 먹는 동안 기차는 사막을 지나 노던 테리토리의 톱 엔드를 향해 달려간다.
3일차: 캐서린을 지나 호주의 톱 엔드 다윈까지 ㅇㅇㅇㅇㅇㅇ |
더 간의 마지막 날은 금광 마을인 테넌트 크릭을 지나 캐서린에 정차한다. 아웃백이 열대 우림과 만나는 곳으로 알려진 캐서린은 니트미룩 국립공원을 비롯해 볼거리가 많다. 오프 트레인 체험을 통해 크루즈나 헬리콥터를 타고 거대한 사암 절벽 니트미룩 협곡과 그 사이를 굽이치는 캐서린 강의 장관을 감상할 수 있다. 간혹 사암 절벽 아래 일광욕을 즐기는 악어를 볼 수도 있다. 13개의 협곡 중 퍼스트 협곡 정상에는 오랜 세월을 지켜온 원주민의 암각화 유적지를 방문할 수도 있다.
다시 열차에 올라타 창밖으로 펼쳐진 노던 테리토리의 열대우림을 바라보면서 마지막 식사를 즐겨보자. 오래된 금광 마을 파인 크리크와 군사 요충지였던 애들레이드 리버를 지나다 보면 저녁 무렵 더 간 열차의 종착지인 다윈에 도착한다. 호주의 톱 엔드 다윈은 지리적으로 동남아시아와 인접한 까닭에 문화적 다양성을 누릴 수 있다. 1년 내내 활기가 넘치는 휴양지 다윈에서 며칠 더 머물러도 좋다. 세계적인 수준의 숙박시설은 물론 아시아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이국적인 먹거리까지 가득하다.
강예신 여행+ 기자
자료제공= 호주관광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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