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캐나다] 단풍국은 다르구나…들어봤나? 메이플 시럽 데이?
12월 17일. 녹색창 등에 열심히 검색해 봐도 특별한 정보가 나오지 않는 날이다. 물론 누군가의 생일이기는 하다. 한 마디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평범한 하루로 넘어갈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캐나다에서만은 다르다.
캐나다를 두고 ‘단풍국’이라 부르는 이유는 단풍잎을 국기로 그려 넣었듯 그만큼 단풍나무를 전 국민적으로 사랑하기 때문이다. 그런 나라답게 단풍나무의 잎으로 축출한 메이플 시럽을 기념하는 날(Canadian Maple Syrup Day)까지 만들었다. 바로 그날이 12월 17일이다.
일단 메이플 시럽의 역사를 한 번 살펴보자. 메이플 시럽은 60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멋진 단풍으로 캐나다를 물들인 단풍나무는 겨울을 시작하면 또 다른 선물을 준비한다. 겨우내 얼고 녹기를 반복한 메이플 수액을 원주민들이 봄철에 수확하고 가열하면서 메이플 시럽을 만들어 낸다.
메이플 시럽은 항산화제가 풍부한 천연 감미료로, 캐나다 문화의 중요한 부분으로 거듭났다. 캐나다 정부는 매년 12월 17일을 캐나다 메이플 시럽 데이로 지정해 경축하고 있을 정도이다.
메이플 시럽 데이의 아침은 메이플 시럽이 듬뿍 들어간 팬케이크나 프렌치토스트를 먹는 것으로 시작한다. SNS에 위트 있는 포스팅을 올리고, 메이플 시럽을 이용한 새로운 레시피나 메뉴를 구상하는 소소한 일들이 긴 겨울을 한결 달콤하게 만들어 준다.
곡식처럼 비축해 두는 메이플 시럽
전 세계 메이플 시럽의 약 75%를 생산하는 캐나다에서 메이플 시럽은 액체로 된 금(liquid gold)이라고 부른다. 특히 주요 생산지인 퀘벡에서 세계 공급의 3분의 2를 생산한다. 이 밖에도 메이플 시럽을 생산하는 온타리오, 뉴브런즈윅, PEI, 노바스코샤, 미국의 일부 지역과 함께 ‘메이플 벨트(Maple Belt)’를 구성하고 있다.
시럽 제조에 주로 이용되는 메이플 수종은 설탕 메이플(Sugar Maple), 레드 메이플, 블랙 메이플 등이다. 지난해 11월 캐나다 정부가 메이플 시럽의 전략적 비축량을 시중에 풀었다는 뉴스는 정부 비축이나 생산량 감소를 전혀 몰랐던 캐나다인 사이에서도 큰 화제였다.
캐나다 정부는 메이플 시럽의 시장 안정을 위해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제2차 세계 대전 동안, 캐나다 농업부는 설탕이 부족해지자 군인들의 식사용으로 메이플 시럽을 사용한 전시 요리법을 발표하기도 했다.
2011~2012년 시즌에는 퀘벡의 한 공급업체가 약 3000t의 메이플 수액(1870만 캐나다달러 가치)을 도난당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큰 충격을 주기도 했다. 세인트 제이콥스(St. Jacobs)에 있는 온타리오 메이플 시럽 박물관(Maple Syrup Museum of Ontario)을 방문하면 끈적끈적하고 흥미로운 메이플 시럽의 역사를 알 수 있다.
퀘벡 농장의 봄맞이, 슈거 쉑 Sugar Shack 여행
메이플 시럽은 봄의 시작을 알리는 전령이다. 동부 캐나다의 농부들은 봄이 되면 특히 분주해진다. 전통적으로, 단풍나무 수액은 양동이에 받아 탱크에 모은 후 말이나 트랙터로 옮겨 가열하면 수분이 증발하면서 달고 끈끈한 시럽이 된다.
최근에는 역삼투, 튜빙 시스템, 고성능 증발기 등을 통해 제조 시간을 줄고 과정은 간소화됐다.
메이플 시럽 시즌은 보통은 3월에 시작해 4~6주간 지속된다. 캐나다에서 메이플 시럽 시즌을 경험할 수 있는 최고의 장소는 슈거 쉑(Sugar shacks)이다. 슈거 쉑은 메이플 시럽을 만들기 위해 메이플 숲 속에 지어진 작은 건물이다. 몬트리올이나 퀘벡 시티 근교에는 쉽게 찾을 수 있는 슈거 쉑이 110여 개나 있다.
봄이 되면 아이들과 함께 가까운 슈거 쉑을 방문해 하루를 보내는 것이 캐나다 사람들에게는 중요한 계절의 의례다. 눈 쌓인 메이플 숲에서 마차나 썰매를 타고 메이플 나무와 시럽에 대해서 배우고, 퀘벡 농장 전통의 풍성한 식탁을 즐기는 것으로 겨울과 작별하고 봄을 맞이한다.
퀘벡 여행은 무척 달다
슈거 쉑의 시즌은 봄철이지만 유명한 슈거 쉑의 경우 연중 식사를 제공한다. 식탁에는 메이플 설탕 파이, 메이플 도넛, 팬케이크, 메이플 태피 등등 메이플 시럽을 사용한 거의 모든 음식과 음료가 올라온다.
도심에서도 슈거 쉑 경험이 가능하다. 퀘벡 도심에서 퀘벡 전통식을 제공하는 레스토랑 ‘라 부쉬(La Bûche)’에서는 연중 ‘퀘벡의 달고나’로 불리는 메이플 태피를 맛볼 수 있다.
몬트리올에는 새 단장을 하고 더욱더 대기줄이 길어진 오 피에 드 코숑 슈거 쉑(Au Pied de Cochon Sugar Shack)과 메이플 시럽으로 만든 립글로스, 막대사탕, 빈티지 병에 담긴 메이플 시럽 등을 구입할 수 있는 델리스 에라블 앤 시(Délices Erable & Cie)가 흥미로운 장소로 손꼽힌다.
퀘벡주 리고(Rigaud) 지역에 위치한 몽타뉴 수크레(Sucrerie de la Montagne)는 ‘퀘벡 헤리티지 사이트’로 지정된 곳으로, 흥겨운 춤과 노래가 곁들여진 메이플 요리 식사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장주영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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