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장에서 겨울을 보내십시오.
급여는 없지만 숙식을 제공하겠습니다.
이탈리아 지중해 화산섬에 있는 작은 농장의 구인광고에 전 세계에서 무려 3000명이 넘는 지원자가 몰렸다. 심지어 급여 없이 단지 숙식만 제공하겠다는 조건이었다.
12일(현지 시각) 영국의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 북쪽 에올리에제도 리파리 섬에 거주하는 루이지 마자(35)는 페이스북에 자신의 농장에서 일할 의향이 있는 자원봉사자를 찾는다는 구인광고를 올렸다.
작은 농장에서 각종 과일과 채소를 재배하고 닭, 당나귀를 기르며 올리브유와 같은 재료로 수제비누를 만드는 루이지. 그는 지원자들에게 월급은 주지 못하지만, 벽난로, 테라스, 해먹이 있는 작은 방과 음식, 와이파이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농장이 있는 섬은 날씨가 좋아 12월 초까지 수영을 할 수 있는 곳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외딴섬에서의 무급 노동이라니 누가 지원할까 싶었지만, 이탈리아와 프랑스, 영국과 미국, 그리고 일본에서까지 지원이 쇄도했다. 마감일까지 이력서를 보낸 이들은 3000명에 달했다. 루이지는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은 관심을 보였다. 페이스북, 왓츠앱, 텔레그램, 이메일을 통해 문의가 빗발쳐 정신없는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고심 끝에 그는 이탈리아 출신 부부와 프랑스 마르세유 출신 부부를 뽑았다. 이탈리아 부부가 처음 몇 주간 일한 뒤, 마르세유 부부가 그 뒤를 이어 일할 예정이다.
총 3000명이 넘는 지원자 중에서 4명만 일하게 됐지만, 그는 특히 기억에 남는 일부 지원자들의 사연도 전했다. 코로나19로 인한 피해가 심각했던 이탈리아 북부 베르가모 출신의 한 청년은 ‘다시는 베르가모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며 지원 의사를 밝혀왔으며, 이탈리아에 왔다가 국경이 통재돼 고국으로 돌아가지 못한 일본인 커플도 있었다.
루이지는 “대부분의 지원 동기는 코로나19로 인한 우려와 불안과 직결돼 있었다”면서 “봉쇄를 경험한 이들은 다시 아파트에 갇히는 게 두려워 차라리 감염 걱정이 없는 외딴섬에서 생활하고 싶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2일 이탈리아의 하루 신규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4619명, 사망자 수는 39명으로 지금까지 3만 6000명의 목숨을 앗아간 대유행의 제2의 물결이 이미 일어나고 있다는 경각심이 커지고 있다.
심수아 여행+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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