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평균 1만명이 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고 있는 프랑스에서 식당을 이용할 때 개인정보를 남기도록 하자 시민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6일(현지시간) RTL방송 등 프랑스 언론에 따르면 이날부터 프랑스 최고 경계 등급이 내려진 지역의 식당들은 손님의 이름, 전화번호, 이메일, 도착시간 등의 정보를 받아야 한다.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시 지역 보건 기관이 접촉자와 빠르게 연락이 닿게 하기 위해서다. 식당 주인은 수집한 고객의 정보를 14일 이후 폐기해야 한다.
대개 프랑스의 최고 수준 경보는 지역 내 감염률이 인구 10만 명당 250명을 넘고 중환자실의 최소 30%가 코로나19 환자로 채워졌을 때 내려진다.
당초 프랑스 보건당국 지침에 따르면 최고 경계 등급 지역에서는 술집과 식당이 영업할 수 없지만, 사회적, 경제적 피해를 고려하여 ‘엄격한 보건수칙‘을 준수한다는 전제하에 식당은 밤 10시까지 열 수 있다. 한 테이블에 최대 6명만 앉고, 옆 테이블과 적어도 1m 간격을 띄우라고 보건 당국은 지시했다. 또한 식당이 고객 연락처를 확보하도록 했다. 다만 술집은 영업할 수 없다.
식당들이 연락처를 남기지 않으려 하는 고객을 거절할 수 있는지 여부는 분명하지 않다. 전문가들은 RTL과의 인터뷰에서 테이블 당 한 명 이상의 고객이 자신의 정보를 남겨둘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아무도 따르지 않는다면 해당 그룹 전원의 접근을 거부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프랑스인들은 전통적으로 사생활 침해에 민감하기 때문에 국가가 개인 정보를 함부로 다루는 것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표시해왔다. 따라서 연락처를 남겨야 한다는 규정은 시행 전부터 논란이 되어 왔다.
프랑스인들이 개인 정보에 유독 민감하다는 건 정부가 개발한 코로나 감염자 추적 앱의 사용 현황을 보면 알 수 있다. 프랑스에서는 정부가 개발해 대대적으로 홍보한 ‘스톱 코비드’라는 앱을 190만명 정도만 설치했을 뿐이다. 반면 독일에서는 같은 방식의 앱을 1200만명이 설치했다.
프랑스 주간지 누벨옵세르바퇴르는 “식당 손님 중 확진자가 나와 다른 손님까지 추적하는 사례는 독일에서도 2건밖에 나오지 않았다”며 “꼭 필요한 조치인지 의문”이라고 했다.
식당 주인들이 광고성 문자메시지나 이메일을 보낼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연락처를 태블릿 등 디지털 기기에 기록하는 경우에 해킹으로 개인 정보가 빼돌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프랑스 방송사 BFMTV에 따르면 벨기에에서는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연락처 노트를 다른 고객의 눈에 띄지 않는 곳에 배치하고 열쇠로 잠가 밀폐된 공간에 보관하도록 했다. 프랑스 개인 정보 보호 기관 Cnil은 오는 8일 벨기에의 사례를 참고한 권고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강예신 여행+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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