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 중학교에서 중국인을 노골적으로 비하하는 내용이 담긴 시험 문제를 출제해 아시아인 혐오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댈러스 모닝 뉴스에 따르면 미국 텍사스주 캐롤튼⋅파머스 브랜치(Carrollton-Farmers Branch, CFB) 교육구의 블레이락(Blalack) 중학교 사회 과목 시험에는 ‘중국 사회 규범으로 올바른 것을 고르시오’라는 문제가 출제됐다.
문항의 선택지는 ‘중국에서는 식당에서 트림을 하면 입술을 자른다’, ‘중국 일부 지역에서는 아이가 사탕을 훔치면 몽둥이로 50대를 때린다’, ‘중국 일부 지역에서는 개와 고양이를 먹는 것이 일반적이다’ 등 3개였다.
한국계 대학생 조이 림(Joy Lim)은 이날 트위터에 “6학년인 내 동생이 오늘 풀어야 했던 문제”라며 시험 문제를 찍은 사진을 SNS에 올렸다.
그는 “이같이 교육 시스템 안에서 반복되는 무분별하고 폭력적인 언어와 행위가 반(反) 아시아인 범죄와 인종 차별이 미국에서 계속 발생하는 이유”라고 썼다. 림씨는 CFB 교육구에 공식 항의서한도 보냈다.
논란이 커지자 CFB 교육구 교육감은 지난달 31일, 트위터 계정에 영상을 올려 사과했다. 그러나 인종 차별과는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출제 관련 교사 세 명에 대해서는 유급 정직 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인종 차별 행위를 단순 실수로 축소 해석했다’는 비판이 들끓자 교육구 교육감은 다음날 다시 공개 사과했다. 그는 “부적절하고 모욕적인 언어가 아시아계 미국인에게 상처를 줬고, 특정 인종을 비하하는 행동과 언어 사용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미국 거주 아시아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댈러스 생활망’에는 “CFB 교육구는 백인 학생과 아시아인 학생 수가 비슷하고,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학생이 전체의 3분의 1을 차지한다”면서 “그럼에도 아시아인 차별 문제를 대수롭지 않게 대응하는 것을 보면 미국 교실에서 아시아인 학생들이 어떤 대우를 받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 최대 청원사이트인 ‘체인지닷오아르지’(www.change.org)에는 ‘교실에서 아시아인 혐오를 멈추라’는 제목으로 CFB 교육구의 성의 있는 대처를 요구하는 청원이 올라온 상태다. SNS에서도 관련된 비난글이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미국에서 아시아계를 겨냥한 증오 범죄는 늘고 있는 추세다. 시민단체 ‘아시아·태평양계 미국인에 대한 혐오 중단(Stop AAPI Hate)’이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3월 19일부터 올해 2월까지 총 3800여 건의 아시아계 혐오 사건이 접수됐다. 하루 평균 11건 꼴이다.
실제로 코로나 19는 미국과 남미, 유럽 등지에서 상황이 더욱 심각한데도 아시아계를 겨냥한 테러도 잇따른다.
지난달 29일에도 뉴욕 지하철에서 한 흑인 남성이 주변에 서 있던 아시아계 남성을 향해 주먹을 휘두르고 목을 졸라 기절시키는 영상이 유포돼 큰 충격을 안긴 바 있다. 또 같은 날 맨해튼 한복판에서는 거구의 흑인 남성이 마주 보며 걸어오던 65세 아시아계 여성을 넘어뜨리고 발길질하는 모습이 공개되기도 했다.
미국 사회 내 아시아계에 대한 배척심리가 확산하면서 앞으로도 관련 증오범죄 및 차별 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할 것으로 우려된다.
강예신 여행+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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