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이 하나도 없는 책이 연일 베스트셀러 1위에 올라 화제다. 이탈리아에서 벌어진 일이다.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극우 정치인인 마테오 살비니(47) 상원의원에 대한 책이 그 주인공이다.이탈리아 정가의 최대 ‘뉴스메이커’로 꼽히는 살비니는 대중들에게 반이민·난민 정서를 부채질해 인기를 끌었다.
이탈리아 시중 서점과 아마존을 비롯한 온라인 북스토어에는 ‘살비니는 왜 신뢰, 존경, 찬양을 받을만한가’라는 제목의 이탈리아어판 책이 6.99유로(약 9260원)에 판매되고 있다.
특히 아마존에서는 최근 며칠째 정치과학 부문 판매 순위 1위를 유지할 정도로 관심이 뜨겁다. 작년 2월 처음 출판됐는데 뒤늦게 역주행하고 있는 셈이다.
놀라운 점은 110쪽 분량의 이 책이 내용이 전혀 없는 백지로 채워졌다는 사실이다.
아마존 웹사이트의 책 소개란에는 ‘이 책은 전부 백지다. 몇 년 동안 조사했지만, 제목에 어울리는 그 어떤 것도 찾을 수 없었다. 독자들은 이 책을 그냥 노트로 사용해 달라‘라고 적혀있다.
저자는 ‘알렉스 그린’이라는 필명의 정치분석가다. ‘지금과 같은 매우 어려운 시기에 우리 삶에 해학을 주려 노력하는 작가’로 소개됐다.
이색적인 시도지만 독자들의 반응은 의외다. 3일(현지시간) 현재 505명의 독자가 평가한 리뷰 점수는 5점 만점에 4.7점이다. 리뷰를 남긴 독자의 90% 이상이 최고 점수인 별 5개를 줬다.
한 독자는 “길고 난해하지만 읽을 만한 가치가 있다”는 반어법적인 글을 남겼고, 다른 독자는 “첫 페이지부터 역사·정치·사회적 분석의 깊이와 정확도가 느껴진다. 간명하지만 심오하다”라고 적었다. 리뷰 점수를 높게 매긴 사람들의 심리를 엿볼 수 있는 내용이다.
“책 소개란조차 읽지 않고 무조건 사들이는 살비니 지지자들과 책의 취지를 잘 이해하는 독자들, 양쪽 모두로부터 돈을 버는 매우 영리한 저자다. 7유로가 아깝지 않은 노트”라는 분석도 있다.
책을 혹평하는 의견 역시 존재한다.
최하인 별 1개를 선사한 독자 비르지냐 비아넬로는 “부끄러운 사기 행위다. 책 내용은 물론 페이지 번호도 없다”면서 책값을 환불받겠다고 밝혔다.
강예신 여행+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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