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재택, 원격 근무가 증가하면서 아예 ‘따뜻한 남쪽 나라’로 근무지를 옮겨 일하는 유럽인들이 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을 간파한 일부 국가들이 ‘원격 근무 비자’를 발급하는 등 유럽의 원격 근무자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런 트렌드는 유럽의 강력한 코로나19 봉쇄 조치 때문이다. 알려진 것과 달리 유럽의 봉쇄 조치는 생각보다 강도가 세다. 허용되는 외출은 자택에서 수 km 이내, 1시간 이내 거리 등으로 제한된다. 야간 통행금지는 물론이다. 경찰이 강력하게 단속하고 있으며 위반할 경우 엄청난 범칙금이 부과된다. 어차피 갇혀 일할 거라면 차라리 따뜻한 남쪽 나라로 가겠다는 게 유럽 직장인들의 바람이 됐다.
실제로 최근 북대서양 카나리아제도에는 1만여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몰리고 있는데, 대부분 원격 근무자들이다. 카나리아 제도에서도 코로나 확진자는 발생하고 있다. 다만 유럽 상황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심각하지 않아 방역 조치가 느슨한 편이다. 외출 제한은 밤 10시 이후부터이다. 바, 레스토랑 등이 대부분 휴업 상태인 유럽과 달리 카나리아 제도에서는 테라스 영업이 가능하다.
카나리아 제도도 유럽인들 방문을 반기고 있다. 매년 1,500만 명에 달하는 관광객이 몰렸던 곳인데 지난해에는 코로나19로 방문자 수가 500만 명 수준으로 급감했기 때문이다. 카나리아 제도는 유럽 외에 미국 원격 근로자를 유치하기 위한 캠페인도 준비 중이다.
마찬가지로 북대서양에 있는 포르투갈령 마데이라 섬 ‘폰타 도 솔’ 지역이 최근 원격 근로자 유치를 위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사무실 공간과 인터넷을 무료로 제공하고 업무 시간 사이에 요가, 트레킹, 아틀리에 등 다양한 이벤트도 마련해 놓았다. 폰타 도 솔은 일단 최저 한 달 체류를 조건으로 약 100명을 유치할 예정인데, 반응에 따라 프로젝트 대상 지역을 넓힌다는 계획이다.
카리브해 섬들은 이미 지난해부터 원격 근무자 유치에 적극 나섰다. 바베이도스가 지난해 6월 원격 근로자를 겨냥한 비자를 발표하기도 했다. 원격 업무 목적으로 입국하는 사람과 가족들에게 최장 12개월 체류를 허가하는 내용이다. 납세 의무도 없다. 다만 연봉 5만 달러 이상 근로자만을 대상으로 한다.
그러자 바로 버뮤다가 지난해 8월부터 바베이도스보다 더 낮은 비용으로 비자 취득을 할 수 있는 ‘Work from Bermuda’라는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원격 근로자는 물론 비대면 수업을 받는 대학생들도 대상으로 했다.
이밖에 케이맨제도, 앤티가바부다 등도 이와 비슷한 비자 발급을 개시했다. 카리브해 외에 코스타리카, 멕시코, 인도양의 모리셔스, 두바이 등도 유사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런 국가들의 ‘원격 근무 비자’는 기본적으로 고액 연봉자를 대상으로 한다.
최용성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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