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지중해의 한 무인도에서 30년 넘게 살아온 실사판 ‘로빈슨 크루소’가 당국의 압박으로 이주를 결정했다.
지난 26일 가디언에 따르면 올해 81세인 마우로 모란디(Mauro Morandi)는 1989년 남태평양으로 가던 중 뗏목배가 고장 나 망망대해를 부유하다가 이 무인도를 우연히 발견했다. 이탈리아 사르디니아 해안 근처에 있는 무인도 부델리 섬은 핑크빛 모래가 덮인 해변으로 잘 알려져 있다.
당시 모란디는 부델리 섬의 관리인이 은퇴한다는 사실을 알게 돼 항해를 포기하고 관리인 역할을 이어받았다.
이후 모란디는 오두막에 거주하며 부델리 섬에 있는 동식물을 보호하는 역할을 했다. 간혹 배를 이용해 섬을 방문하는 관광객에게 생태계에 대해 가르치며 안내하는 역할을 했다. 관광객들은 해변에서 걷거나 수영하는 것은 금지지만 해변 뒤의 오솔길은 걷는 것은 가능했다.
하지만 섬을 소유한 민간기업이 파산하면서 모란디의 역할이 위협받기 시작했고, 결국 2016년 이 섬은 이탈리아 국립공원 소속으로 편입됐다. 이후 라 마델레나 국립공원은 수차례에 걸쳐 그에게 퇴거 요청을 해왔다.
지속적인 퇴거 요청 끝에 모란디는 결국 이달 말 섬을 떠나기로 결정했다. 그는 부델리 섬을 환경교육의 중심지로 바꾸길 원한다고 밝혔다.
모란디는 “싸움을 포기했다”라며 “32년 만에 이곳을 떠나게 돼 아쉽다”고 전했다. 모란디는 군도에서 가장 큰 섬인 라 마달레나 근처의 작은 아파트로 이사할 계획이다.
국립공원 측이 퇴거를 희망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최근 몇 년 동안 수천 명의 이탈리아인들이 모란디를 섬에 계속 머무르게 하자는 내용의 탄원서를 작성하기도 했다. 모란디는 수십 년 동안 무인도에서 혼자 산다는 사연이 알려져 방송에도 출연한 바 있다. 그는 평소 개인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계정으로 자주 일상 사진을 공유했다.
모란디의 한 지지자는 페이스북에 “낙원의 파괴가 시작될 것이다”라며 “모란디의 보호 없는 부델리는 상상할 수 없다. 이 부당함에 반역하라”고 썼다.
손지영 여행+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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