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벤저스2 출연해 화제된 상암동 ‘미러 맨’
에콰도르 이어 터키 부르사에 세 번째 둥지
유영호 조각가 기부와 터키 측 지원 합작품
터키의 한국전쟁 참전 70주년 맞아 뜻깊어
상암동의 ‘미러 맨(mirror man)’이 2016년 남미로 날아간 데 이어 올해 11월 ‘형제국’ 터키에도 우뚝 섰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 앞 상암문화광장에 있는 미러 맨은 블록버스터 ‘어벤저스2’에 출연해 화제가 됐던 조형물이다.
빨간 사각형 문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는 파란색 동상 한 쌍이 검지를 서로에게 향한다. 닿을듯 말듯한 손가락은 영화 이티(ET) 속 주인공 소년 엘리어트와 이티를 연상케 한다. 미러맨을 만든 유영호 조각가는 “어떤 각도에서 보면 거울에 비춘 모습 같다. 우리는 결국 타인을 통해 자기 자신을 만난다는 의미가 담겨있다”라고 작품 의도를 설명했다.
미러 맨은 작품이 난해하지 않고, 누구나 쉽게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 보니 국경과 인종을 떠나 전 세계로 이주하고 있다. 최근 터키 부르사의 밀레 퍼블릭 공원에도 자리를 잡았다. 미러 맨은 2016년 남미 에콰도르 수도 키토를 그리팅 맨(Greeting Man, 15도로 인사하는 조형물. 유용호 조각가의 작품)과 함께 찾아갔다. 당시 심각한 지진에 시달린 에콰도르를 위로하는 차원이었다. 에콰도르 키토는 적도 선에 걸쳐 있기에 키토의 미러 맨은 ‘남반구와 북반구의 만남’을 상징하는 의미를 갖게 됐다.
이달 미러 맨이 찾은 터키 부르사는 오스만제국의 첫 번째 수도이자 실크로드의 기착지이다. 따라서 ‘아시아와 유럽의 만남’을 뜻한다.
“터키 사람이 한국 사람을 만나면 ‘브라더’라고 하잖아요. 두 가지 계기가 있어요. 첫 번째는 한국전쟁 참전이에요. 이를 다룬 영화 아일라가 터키에서 흥행한 적이 있어요. 두 번째는 2002년 월드컵이죠. 터키 국기를 관중석에서 펼친 한국인들의 열정적인 응원에 터키인들이 깊은 감명을 받았어요.”
어렵사리 터키 방문을 마친 유영호 조각가의 설명이다. 참고로 영화 아일라는 한국전쟁에 파병된 터키 병사와 한국 전쟁고아의 애틋한 사랑을 담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유 조각가는 이어 “부르사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성벽이 2200년 이상 된 유서 깊은 도시일 뿐 아니라, 한국전쟁 참전용사가 8명이 생존해 계신 곳”이라고 강조했다. 미러 맨의 터키 부르사 이주가 더욱 각별한 까닭이다. 올해는 터키가 한국전쟁에 참전한 지 70주년 되는 해이다.
높이 4m에 무게 2t에 이르는 터키 부르사의 미러 맨은 제작 비용만 8천만 원에 달한다. 유영호 작가가 기증했다. 미러 맨이 남미 에콰도르 수도 키토에도 찾아갈 때는 운송비까지 유 작가가 마련했다. 이번에는 약 4천만 원가량 운송비와 현지 설치비용을 부르사 시가 부담했고, 터키항공은 유 조각가의 왕복 항공권을 제공했다. 주한 터키대사관, BEBKA(3개 도시-부르사, 에스키셰히르, 빌레지크 관광개발청), 유누스엠레 터키문화원 등도 후방 지원했다.
미러 맨은 배에 실려 40일 정도 인도양, 아프리카 남단, 대서양, 지브롤터 해협과 지중해를 지나 터키 부르사에 당도했다. 지난 2020년 11월 16일 터키 부르사에서 열린 준공식에는 알리누르 악타쉬 부르사 시장, 에르신 에르친 주한 터키 대사, 외즈귀르 이디즈 주한 터키문화원 부원장, 카밀 외제르 이스탄불 문화관광국장, 제키 두락 BEBKA 사무총장 등이 참석했다. 터키 초등학생들은 축하 공연을 펼쳤다.
유 조각가는 “특별한 공연이 준비되어 있다는 언질만 받았는데, 어린이 합창단이 우리 민요 아리랑과 터키를 대표하는 노래 ‘인생이 잔치라면’을 함께 부르니 힘이 솟았다. 어려운 시기에 일을 진행해준 부르사 시를 비롯한 터키 분들에게 더욱 감사하는 마음이 생겼다”라고 말했다.
부르사 시 관계자는 “조각상 미러 맨을 설치함으로써 터키 부르사를 한국에 널리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기대한다”라고 전했다.
권오균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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