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주민들이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해 화제다. 호주 북부 토레스 해협에 거주하는 섬 주민들이 지난 화요일 호주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정부가 기후 변화로부터 그들을 보호하는데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이번 소송은 기후변화와 관련해 호주 원주민들이 제기한 첫 집단 소송이다.
호주 대륙과 뉴기니 섬 사이에 위치한 토러스 해협 제도는 274개의 작은 섬으로 이뤄져 있으며, 인구는 5000명 정도다. CNN에 따르면 섬 주민들은 지구온난화로 해수면이 상승해 거주지가 실존적 위협에 처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탄소 배출량 감축에 적극적으로 나서 섬 생태계를 지켜달라고 말했다.
실제로 토레스 해협 군도는 여러 위기를 맞이했다. 전보다 잦은 홍수와 바다로부터 밀려들어온 염분으로 토양이 척박해졌다. 소송에 참여한 섬 주민 측 변호인 폴 카바이(Paul Kabai)는 “토양 염화와 범람 악화는 끔찍한 미래를 가져올 것”이라며 “6만5000년을 이곳에서 거주한 섬사람들의 문화, 정체성 등 모든 것을 잃게 될 것”이라 말했다. 또 호주 연방법원이 정부에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명령해야한다고 주장했다.
CNN은 이번 소송전이 네덜란드에서 벌어진 기후 집단행동을 모델로 삼은 것이라 보도했다. 2019년 네덜란드 환경단체 우르겐다(Urgenda) 재단은 정부가 네덜란드 시민을 보호해야할 법적 책임이 있다는 내용으로 승소한 바 있다. 당시 대법원은 “기후변화 대응은 나라의 의무”라는 판결을 내렸다. 우르겐다 재단은 이번 토레스 해협 섬 주민 변호도 맡을 예정이다.
섬 주민들은 2년 전 유엔에 비슷한 내용으로 소송을 제기한 바 있지만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이번 소송전도 최대 18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호주 정부는 최근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를 앞두고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탄소배출량 감축에 관련해 여당 내 갈등을 줄이고 적극적인 대응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정연재 여행+ 인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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