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열대우림인 데인트리(Daintree)가 원주민의 품으로 돌아갔다. 호주 데인트리 국립공원은 울창한 숲과 폭포를 지녀 호주 대표 관광지로 불린다. 1억8000만 년의 역사를 지닌 열대우림 지역이다.
호주 퀸즐랜드 주정부는 쿠쿠 얄란지(Kuku Yalanji) 원주민에게 데인트리를 포함한 1600㎢지역의 공식 소유권을 넘기는 협정을 체결했다. CNN에 따르면 이번 협정은 4년간의 논의를 거친 결과물이다. 소유권은 넘겨졌지만 협정 내용에 따라 쿠쿠 얄란지 부족과 퀸즐랜드 주정부 공동으로 국립공원을 관리하게 된다. 추후에는 원주민들이 단독 관리하기로 했다.
데인트리 열대우림은 영국인들이 1788년 호주에 정착하며 빼앗은 원주민의 땅으로 지금까지 호주가 관리하고 있었다. 233년 만에 본래 주인에게 돌아간 것이다. CNN과 인터뷰에서 쿠쿠 얄란지 부족 대표인 크리시 그랜트(Chrissy Grant)는 “마음이 벅차오른다. 이곳의 땅과 바다의 기운이 느껴지는 것 같고 새소리도 들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원주민들은 소유권이 없었지만 이곳에서 계속 거주해왔다.
호주 퀸즐랜드 주 북동지역 케언스에서 약 110km 떨어진 데인트리는 1988년에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바 있다. 울창한 숲 속에 멸종위기에 처한 동식물이 많이 서식한다. 유네스코는 “3000종 이상의 식물, 107종의 표유류 등 독특한 생물들이 사는 중요한 장소”라 평가했다. 호주의 동식물이 어떻게 형성된 것인지 진화과정을 알 수 있는 보관소와 같다고도 말했다. 공원 남쪽에는 웅장한 모스컨 협곡이 있고 동북쪽에는 데인트리 강이 흘러 레저 활동 장소로도 유명하다.
퀸즐랜드 정부는 협정 체결식을 열며 “데인트리 열대우림은 그자체로 하나의 문화”라고 발표했다. 관광 명소와 생태계 보관소로 기능한 열대우림을 일컬은 말이다. 하지만 원주민 대표 그랜트는 체결 과정에서 데인트리의 환경적인 의의만 조명됐을 뿐 원주민들의 가치는 주목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번 협정을 시작으로 원주민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음 좋겠다고 밝혔다.
[정연재 여행+ 인턴 기자]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