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건국의 아버지’ 토마스 제퍼슨이 사후 200년 만에 인종차별 논란에 휘말렸다. 폭스 뉴스가 13일(현지시간) 토마스 제퍼슨 동상 철거를 둘러싼 논란을 보도했다.
뉴욕시청에 187년간 자리 잡은 토마스 제퍼슨의 동상이 철거 위기에 놓였다. 빌 드 블라지오(Bill de Blasio) 뉴욕시장이 제퍼슨 동상 이전 안건을 ‘합의된 의제(consent agenda)’로 상정했다. ‘합의된 의제’에 오른 안건은 공개 토론 없이 뉴욕시장이 직접 임명하는 11명의 위원이 직접 찬반을 투표한다.
토마스 제퍼슨이 동상 철거 위기에 놓인 까닭은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해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조지 플루이드 사건’ 이후 뉴욕에서 일부 의원들을 중심으로 흑인 노예 소유주였던 제퍼슨의 동상을 밖으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졌다. 특히 다닉 밀러(Daneek Miller) 뉴욕 시의원은 뉴욕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제퍼슨이 흑인 노예들을 어떻게 다루고 생각했는지 기록한 역사 자료들이 많다. 매우 반지성적인 그런 생각들은 우리 사회에 용납하면 안 된다”고 강한 의지를 보였다.
제퍼슨 동상 존치 여론도 만만치 않다. 제퍼슨은 미국 독립의 정신적 지주이다. 희대의 명문 ‘미국 독립선언서’를 작성하여 ‘미국인이 존경하는 대통령 5’에 매년 꼽힌다. 또한 루이지애나 매입으로 영토를 두 배로 늘려 미국의 성장을 상징한다. 그의 업적을 기려 러시모어 산의 ‘큰 바위 얼굴’에도 제퍼슨의 얼굴을 새겼고, 행운의 상징 ‘2달러 지폐’ 주인공으로 그를 넣었다.
동상 철거 논란이 지속되자 뉴욕시는 “철거가 아니라 이전”이라고 해명했다. 뉴욕시 대변인은 폭스 뉴스 인터뷰에서 “철거가 아니다. 정확히 밝히자면 뉴욕 역사 협회(New York Historical Society)에 빌려주는 안건”이라면서 “협회가 교육 및 전시 목적으로 사용할 것”이라고 전했다.
논란의 핵심은 ‘시대적 상황이 다른 과거에 현대 도덕 기준을 소급 적용 할 수 있는지’다. 기사 댓글에서 누리꾼들 사이에도 열띤 토론이 오고 갔다. 한 누리꾼은 “토마스 제퍼슨은 그 시대의 산물이다. 당시 노예제는 일반적이었고, 한참 뒤에야 사라졌다. 우리 사회에 기여한 바를 생각하면 제퍼슨은 충분히 기릴 가치가 있는 위인이다”며 동상 존치를 주장했다. 한편 다른 누리꾼은 “우리 사회가 한 걸음 더 앞으로 나아갈 기회”라며 상반된 의견을 보였다.
[이동흠 여행+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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