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에 “딱딱한 치즈구나(Hard Cheese)”라는 관용어가 있다. “그거 안됐구나, 딱하다”라는 위로를 건넬 때 쓰는 문구다.
문득 궁금한 점이 가장 딱딱한 치즈는 무엇이고 어디서 만들까? 의외로 답은 미국·유럽이 아니라 네팔에 있다. 영국 BBC 뉴스는 7일(현지시간) 세계에서 가장 딱딱한 치즈 ‘추르피(Chhrupi)’를 소개했다.
네팔 현지인의 말을 빌리면 추르피 식감은 “마치 돌을 먹는 것 같다”라고 한다. 돌처럼 딱딱해서 함부로 씹어 먹었다간 이빨이 부러질 정도다. 먹으려면 정육면체 작은 껌만 한 크기의 추르피를 입안에 머금고 약 10분에서 한 시간 정도 침으로 녹여 먹어야 한다. 워낙 단단하기 때문에 조그만 크기라도 다 먹는 데 몇 시간이나 걸린다. 다만 시간이 지날수록 뿜어져 나오는 그윽한 우유 맛과 스모키 향이 일품이라고 한다.
추르피는 네팔 고산지대 유목 민족에게 필수불가결한 음식이다. 고지대에는 단백질 섭취원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목축을 위해 오랜 시간 움직이거나 시내로 가기 위해 하산할 때 천천히 먹으며 영양분을 섭취한다. 잔치가 있을 때는 부드럽게 조리하여 카레나 수프에 넣어 먹기도 한다.
네팔 파르바티 쿤드 마을에서 치즈를 제조하는 파상(Pasang) 씨는 BBC에 다음과 같이 말했다. “추르피를 만들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죠. 여기 사람은 글을 읽을 줄 몰라서 추르피로 먹고살거든요. 추르피를 만들며 전통을 보전하고 경제적으로도 삶을 이어가죠.” 파르바티 쿤드 마을 사람들은 만든 치즈를 가지고 산 밑에 위치한 장터에서 쌀, 야채, 기타 식품이랑 교환한다.
추르피 치즈에 사용되는 우유는 차우리(Chauri)라는 동물에게서 얻는다. 네팔에 서식하는 야크의 일종이다. 차우리는 해발 3,500m 이상에서만 자라는 부기(Buggi)라는 풀을 먹고 자라는데, 이 풀 덕분에 매우 걸쭉한 우유를 만든다. 제조 방법은 여느 치즈와 같지만, 건조 시 무거운 바위 밑에다 치즈를 깔아둔다는 점이 다르다. 수분을 쫙 빼내 바짝 건조할 수 있다.
왜 돌처럼 딱딱해질 때까지 건조하냐는 질문에 파상 씨는 “오래 보관할 수 있어서”라고 답했다. 곰팡이가 피지 않는 한 최대 20년까지 먹을 수 있다고 한다. 다만 가장 맛있을 때는 숙성 완료 후 6개월 이내라고 전했다.
[이동흠 여행+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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