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개막한 2020 두바이 엑스포에서 ‘상체만 노출된 다비드 상’이 화제다. 르네상스 시대 최고 걸작이라 불리는 다비드 상이 반쯤 가려진 상태로 전시된 것이다.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이 다비드 상은 세계 최대 규모 3D 프린터를 이용해 만들어진 5.18m 복제품이다. 두바이 엑스포 이탈리아관에 전시하기 위해 원본을 40시간에 걸쳐 정밀 스캔했고 피렌체에서 두바이까지 조심히 운반됐다. 현재는 유리와 돌기둥으로 둘러싼 원통형 전시관 안에 설치되어 관광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문제는 이 다비드상을 두바이에선 상체만 볼 수 있다는 점이다. 2층 높이로 설치된 조각상은 1층에 하체 부분을 두고, 상체는 2층에서 볼 수 있게 되어있다. 이탈리아관을 찾은 일반 관람객은 전시관 2층만 관람할 수 있다. 그러다보니 조각상의 얼굴과 허리 위까지만 보고 허리 아래 주요 부위는 볼 수 없다. 팔각형 석판과 돌기둥에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천재 예술가 미켈란젤로의 대리석 작품인 다비드 상이 상체만 노출된 채 전시된 이유는 나체 공개를 금기시하는 이슬람교 문화의 영향 때문이라 분석된다. 아랍에미리트(UAE)는 이슬람 국가다. 예술 표현의 자유가 생식기 전시를 금지하는 UAE의 이슬람 문화와 충돌해 타협점을 찾은 결과라는 뜻이다. 이탈리아 언론 라 리퍼블리카는 “이슬람교 정서에 반하지 않으면서도 조각상을 전시하기 위해 생식기를 최대한 가리는 방식이 적용된 것”이라 보도했다.
하지만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두바이 이탈리아관 주최 측은 이러한 이탈리아 언론의 추측을 부인했다. 의도적으로 동상의 생식기를 숨기려했다는 보도에 “몇 달 전에는 다비드 동상의 전체를 볼 수 있게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4월 말 아랍에미리트 여러 고위관리가 참석한 가운데 라마단이 진행된다”고 답변했다. 라마단(Ramadan)은 이슬람의 종교 의식으로 내면 성찰과 금욕을 강조한다.
관람객의 반응은 엇갈린다. 뉴욕포스트가 인터뷰한 이탈리아관 관람객 소피 레스트랫(Sophie Lestrat)은 “나머지를 상상할 수 있는 이런 느낌이 좋다”고 말하며 “아래를 보려면 충분히 내려다보면 된다”고 말했다. 반면 CNN 홈페이지에 댓글을 남긴 아덴 마셜(Adeane Marshall)은 “이렇게 부끄러워할 거면 왜 전시하는 것이냐”고 물었다.
[정연재 여행+ 인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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