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는 부자의 집도 찾지만, 가난한 자의 집은 두 번 찾는다.” 같은 시련이라도 가난한 자에게 더 뼈아프게 다가온다는 뜻이다.
같은 코로나바이러스지만, 국가 간 빈부격차에 따라 국민들의 생활은 상이하다. 부유한 국가는 이미 위드 코로나를 맞이했다. 백신 접종 국가끼리 국제 교류를 활성화시켜 팬데믹 이전으로 생활수준을 회복하고 있다. 이에 반해 가난한 국가는 오히려 ‘코로나 감염 위험 지역’으로 낙인찍혀 국제 교류에서 더욱 소외되는 실정이다.
위드 코로나 시대를 맞이하는 지금도 아프리카 현지 여행업계의 전망은 암울하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29일 동아프리카 사파리 가이드 캐롤라인 온양고(Caroline Onyango) 씨를 인터뷰했다. 인터뷰와 함께 위드 코로나에 참여하지 못하는 제3세계 국가의 ‘가난의 구렁텅이’를 보도했다.
캐롤라인 온양고 씨는 생선 굽는 일을 한다. 틸라피아*와 정어리를 구워 이웃에게 판매한다. 매달 겨우 150달러(한화 약 18만 원)를 번다. 자식 둘이 있는 그녀에게는 빠듯한 월급이다. 그녀는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월세와 세금을 못 내고 있어요. 사실 아이들 우유 살 돈도 없어요”라고 털어놨다.
(*아프리카 양식 어종)
한때 온양고 씨는 잘나가는 사파리 가이드였다. 15년간 일한 베테랑으로서 매달 1000달러(약 120만 원)는 기본으로 벌었다. 1000달러는 그녀가 사는 나이로비에서 풍족하게 살고도 남는 돈이다. 하지만 그녀는 지난해 3월 이후로 가이드 일을 나가본 적이 없다. 코로나바이러스로 국경이 닫혔기 때문이다. “국내 여행객은 미미한 수준이라 해외여행이 활성화되기 전까지 이 생활이 지속될 거예요”라고 슬퍼했다.
관광업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동아프리카 경제는 현재 먹구름이다. 예를 들어 케냐는 코로나 대유행 전까지 전체 고용의 8%를 여행·숙박업에 의존했다. 안타깝게도 코로나 이후 국경이 폐쇄되자 한 번에 110만 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그들은 현재 막노동을 하며 생계를 이어가거나, 심한 경우 범죄의 유혹에 넘어간 사람도 있다.
앞으로의 전망도 어둡다. 현재 아프리카 대륙 전체 백신 접종률은 1%에 불과하다. 낮은 접종률 때문에 이미 백신 접종을 마친 유럽·미국 여행객도 아프리카 여행을 꺼리고 있다. ‘위드 코로나’는 어디까지나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이슈이지, 아프리카 같은 제3세계 사람들에게는 와닿지 않는 이야기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아프리카가 빈곤의 악순환에 시달릴 것으로 예상한다. 많은 수가 한꺼번에 일자리를 잃어 소비도 덩달아 낮아졌기 때문이다. 온양고 씨는 “열심히 일해도 소용없어요. 사람들이 돈이 없거든요. 내가 생선을 아무리 많이 구워도 살 수 있는 사람이 없어요”라고 낙담한 모습을 보였다.
[이동흠 여행+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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