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있는 여행과 없는 여행
여행은 스토리다. 빼어난 절경과 난생처음 맛보는 로컬 푸드에 감탄사를 연발하기도 하지만 가이드가 들려준 감동적인 스토리에 그곳을 다시 찾는 경우도 많다.
스토리는 여행 전에 책을 보고 미리 공부해갈 수도 있지만, 그래도 여행지에서 대상을 직접 보고 만지며 설명을 들어야 제맛이다. 말을 알아들어야 한다는 말이다.(지금은 코로나19 때문에 그럴 수도 없지만 ㅠㅠ)
한국도 이제 세계 10위 경제대국으로 부상하면서 세계 웬만한 유명 여행지에는 한국어 설명이 있고, 한인 가이드들이 숨어 있는 보석 같은 스토리를 들려주며 여행의 재미를 배가시킨다.
하지만 세계는 넓고 할 일, 아니 가 볼 곳은 많다고 했던가. 아직도 세계 곳곳엔 한국어 서비스가 미비한 여행지가 수두룩하다. 그렇다고 세계 각국 언어를 다 배울 수도 없다. 하지만 대략 어디서든 통하는 말이 있다. 그렇다, 영어다.
아직까지 영어의 위력은 상당하다
영화 ‘승리호’에서 본 것처럼 가까운 미래엔 휴대용 모바일 통역기가 등장해 언어장벽이 사라질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그렇지 않다. 아직까지 영어의 위력은 상당하다. 영어 하나 제대로 구사할 줄 알면 세계 어디 가서도 굶어 죽을 일은 없다.
이런 글로벌 시대에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사람들은 태어나면서 강력한 무기 하나를 더 갖고 세상에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어 공부하는데 우리가 쏟은 시간과 돈을 한번 생각해 보라. 이렇게 어마어마한 돈과 시간을 쏟아붓고 있는데 과연 우리 영어 실력은 어느 정도나 될까?
세계 최대 규모 영어실력 랭킹 순위를 보니···
스웨덴의 ‘EF에듀케이션 퍼스트’라는 교육업체가 매년 세계 각국의 영어실력을 발표해 눈길을 끈다. 최근 발표된 ‘2020 EF EPI 영어능력 지수 랭킹’은 전체 응시자 수 220만 명, 조사 대상국(지역)은 100여 곳에 달하고 있다. 영어 실력 랭킹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라고 한다.
자, 그럼 한국의 영어실력은 어느 정도일까? 한국 순위는 100개국 중 32위다. 한국인들 영어 실력, 함부로 볼 게 아니다.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싱가포르, 필리핀, 말레이시아에 이어 4위다. 사실상 영어가 공용어로 쓰이고 있는 싱가포르(전체 10위, 이하 전체 순위), 필리핀(27위), 말레이시아(30위)를 제외하면 한국은 제2 외국어로 영어를 사용하는 아시아 국가 중 영어를 가장 잘 사용하는 나라인 셈이다.
한국과 일본은 전체 순위 차이도 많이 났지만 숙련도 그룹도 달랐다
한국 순위는 홍콩(33위), 중국(38위), 인도(50위)를 앞섰다. 이웃나라 일본은 전체 55위, 아시아 9위다. 한국과 일본은 전체 순위에서 23계단이나 차이가 나기도 하지만 숙련도 그룹도 달랐다.
한국은 ‘Moderate proficiency’ 그룹으로 전문 분야 회의 참석이 가능하고, 노래 가사를 이해하며 친숙한 주제로 이메일 작성도 가능한 수준의 영어를 구사하는 그룹이다. 일본은 ‘Low proficiency’ 그룹으로 관광객으로서 여행할 수 있고 간단한 잡담과 이메일 이용 등을 하는 낮은 단계 그룹이다.
영어 잘 하는 나라 대부분은 유럽 국가들
그렇다면 가장 영어를 잘 사용하는 나라는 어디일까? 3위부터 알아보자. 3위는 핀란드다. 핀란드 공용어는 핀란드어와 스웨덴어지만 이 나라 어디를 가든 영어를 사용하는데 아무런 불편이 없다. 핀란드는 초등학교부터 영어 교육을 한다.
2위는 덴마크다. 핀란드와 마찬가지로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영어 수업을 한다고는 하지만, 아무래도 같은 유럽 어군에 속하고 있어 영어 공부가 외국어로서가 아니라 약간 더 어려운 사투리를 배우는 수준이 아닐까 생각된다.
실제로 Very high 그룹(1~12위) 국가 중 싱가포르(10위)와 남아프리카 공화국(12위)를 제외하면 죄다 유럽 국가들이다. High 그룹(13~28위)에서도 케냐(22위) 아르헨티나(25위) 필리핀(27위) 세 나라 빼면 모두 유럽 국가들이다.
그렇다면 1위는? 네덜란드다. 바로 바다 건너에 영국을 접하고 있는 나라다. 역시 초등학교 때부터 영어를 배우고 TV 프로그램 등에도 영어 자막이 나오는 등 영어 구사가 일상적이다.
최용성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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