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들은 점심을 주로 샌드위치로 때운다. 접시와 나이프, 포크를 사용하는 식사는 특별한 약속이 있는 날이나 저녁인 경우다. 점심은 종이로 포장한 샌드위치를 사무실이나 거리에서 간편하게 먹는다. 그들이 먹는 샌드위치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과 다르다. 미국인들에게 샌드위치는 식빵 대신 바게트처럼 조금 더 단단한 빵에 햄, 치즈, 상추 등 다양한 식재료를 넣어 먹는 것을 말한다.
그들은 특히 ‘치킨’ 샌드위치를 사랑한다. 소고기 패티가 들어있는 햄버거보다 가격이 싼 데다 아무래도 닭고기가 소, 돼지고기보다 덜 해로울 것이란 인식이 크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데 그 치킨 사랑이 도를 넘어 집착하는 수준이라는 게 문제다. 2019년 미 텍사스에서는 한 남성이 치킨 샌드위치가 다 팔렸다는 말에 격분해 총을 들고 난동을 부린 일이 일어났다. 메릴랜드 파파이스 매장에서는 치킨 샌드위치를 사려고 기다리고 있던 한 남성이 새치기 한 사람과 말다툼을 벌이다 흉기로 살해한 사건도 벌어졌다.
최근 미국에서는 닭고기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시장에서 가격이 폭등하고 있는데, 그 원인이 치킨 샌드위치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올 초만 해도 코로나19로 인한 레스토랑 휴업으로 식당 냉동 창고에는 닭고기 재고가 쌓여 있었다. 그런데 최근엔 닭고기 값이 지난해보다 2배나 올랐다. 블룸버그는 “파파이스, 맥도널드, KFC 등 패스트푸드 업체들이 치킨 샌드위치 시장에 경쟁적으로 뛰어들면서 닭고기 부족 현상이 심화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당분간 미국에서 닭고기 품귀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저임금 닭고기 가공 노동자들이 안 그래도 부족한 상황에서 코로나19로 일부 닭고기 가공 업체가 폐쇄되면서 공급이 더욱 줄고 있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코로나19 이후 육류 가공 공장의 열악한 환경과 일손 부족에 대한 문제점이 지적됐지만 닭고기 인기가 변함없기 때문에 당분간 치킨 품귀 현상은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최용성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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