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 초대형 블랙박스가 설치된다. 차량용 블랙박스가 차 사고의 경위를 파악할 수 있다면, 이 초대형 블랙박스는 기후 변화의 모든 것을 기록할 수 있다. 이름하여 ‘지구 블랙박스(Earth’s Black Box)’다.
지난 7일 CNN은 지구 블랙박스가 내년 중에 완공될 예정이라 보도했다. 호주 남동부 태즈메이니아 섬에 설치될 지구 블랙박스는 높이 10m, 가로 4m 길이의 대형 블랙박스다. 기후 위기로 인류가 위험에 처할 때 꺼내볼 수 있게 만들었다. 7.5cm 두께의 강철로 만들어져 어떠한 재해에도 손상이 없다. 태양광, 태양열 같은 재생 에너지로 가동되기에 에너지 공급이 끊겨도 문제가 없다.
지구 블랙박스의 외관은 마치 거대한 설치예술 작품을 보는 듯 단순하다. 하지만 내부는 저장 장치로 빼곡히 채워져 있다. CNN에 따르면 블랙박스는 인터넷과 연결되어 기후변화와 관련된 전 세계 모든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다고 한다. 육지, 바다의 온도, 인구 현황, 에너지 소비량 등 기후변화를 예측할 수 있는 데이터를 저장한다. 또 신문기사 제목, 각국 정상들의 발언, 회의록 등을 수집한다.
블랙박스 설치는 마케팅 홍보회사 클레멘저BBDO, 예술 전시단체 글루 소사이어티, 호주의 태즈메이니아 대학 연구진이 협력해 추진 중이다. 연구진 측은 “블랙박스가 향후 30~50년간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는 충분한 용량을 갖추고 있다”라고 밝혔다. 또 “여러 기호를 사용해 데이터를 저장해놓을 것”이라며 “미래세대가 박스를 해독할 수 있는 지침서도 포함할 것”이라 말했다.
블랙박스는 기후 위기의 원인을 파헤쳐 책임을 묻는데 유용하게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글루 소사이어티에서 예술가로 활동하는 조나단 니본(Jonathan Kneebone)은 “블랙박스가 세계 지도자들에게 더 큰 책임감을 부여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기후 활동가 블라디슬라프 카임(Vladislav Kaim)은 “기후 위기에 대처하는 창의적인 방법”이라며 “환경에 대한 우리의 모든 행동이 지금 기록되고 있는 것이다”라고 전했다.
[정연재 여행+ 인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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