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빌바오 네르비온 강에 소녀 얼굴모양의 조각상이 등장해 논란이 벌어졌다. 탁한 물에 둥둥 뜬 소녀의 얼굴은 곧 잠길 듯이 위태로워 보였고, 이런 해괴한 일을 누가 했는지 궁금해 했던 것.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얼굴조각상을 강에 띄운 이는 멕시코 초현실주의 화가인 루벤 오로즈코(Ruben Orozco)였다. 오로즈코는 빌바오 지역 은행 쿠챠뱅크(Kutxabank)와 협업해 ‘비하르 : 내일을 선택하라 (Bihar)’라는 조각상을 만들었다. 조형물은 섬유유리 소재로 제작했다.
언뜻 흉물스러운 느낌마저 드는 조각상을 만든 이유에 대해 오로즈코는 환경파괴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서였다고 밝혔다. 지속가능한 환경에 대해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 모으기 위한 이벤트였다는 것. 그는 “인류의 행동은 결국 스스로를 침몰시키거나 떠내려가게 만들 것”이라며 “태연한 소녀의 표정은 곧 어떤 일이 닥칠지 모르는 것을 연상케한다”고 설명했다.
강 주변 주민들도 오로즈코의 작업을 예상하지 못했다고 한다. 지난 23일 한밤중 선박에 운반된 것이라 전해졌다. 아침에 깨어나 조형물을 발견하게 된 트리아나 길(Triana Gil)은 “물 밖으로 사람 형상의 조형물이 떠있는 걸 보고 처음에는 스트레스를 받았다. 긴장하게 된 것 같다”며 “의미를 이해한 지금은 슬픔만 느껴진다”고 소감을 밝혔다. “소녀의 표정이 너무 태연해 보여서 마치 스스로를 빠져 죽게 내버려두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오로즈코는 자신의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작품의 제작 과정을 공유했다. 작품을 감상한 누리꾼들은 저마다 다양한 감상평을 남겼다. “당신과 같은 예술가가 많아지면 좋겠다, 우리들에게 새로운 영감을 불러주어 고맙다”는 반응도 있었다. “기후 위기를 제대로 알릴 재치 있는 작품이다”며 칭찬했다.
오로즈코가 스페인 빌바오 지역에서 작업한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그는 사람들을 놀래켜 작품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해보게 하는 작품을 제작한다. 주로 인체를 흡사하게 본 딴 조형물이다. 2년 전에는 공원 벤치에 홀로 앉아있는 여성의 실물 크기 동상을 제작해 노인들의 고립된 삶에 대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작품의 이름은 ‘보이지 않는 고립’이었다.
[정연재 여행+ 인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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