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윌트셔(Wiltshire) 평야에 정교하게 그려진 ‘미스터리 서클’은 아직 풀리지 않은 난제다. 300m가 넘는 그림을 누가 단 하룻밤 만에 그렸는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외계인이 인간에게 보내는 경고라는 가설, 회오리바람 가설, 인간이 직접 그렸다는 가설 등 다양한 주장이 존재한다. 다만 그 누구도 확실한 증거를 내놓지 못했다.
도대체 누가 저 기이한 문양을 만들었을까? 지난 8월 영국 BBC 뉴스는 1940년대부터 이어진 미스터리 서클 논쟁을 심도 있게 보도하였다.
미스터리 서클의 초자연적인 현상을 분석하는 사람들을 ‘크로피(Croppies)’라 부른다. 모니크 클링켄버그(Monique Klinkenbergh) 씨는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는 크로피 회원이다. BBC 인터뷰에서 그녀는 2007년부터 미스터리 서클에 관심을 가졌다고 전했다. “미술 전공자로서 이 현상이 도저히 믿기지 않아요. 어떻게 이렇게 완벽한 문양이 짧은 시간에, 특히 한밤중에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고 만들어질 수 있죠?”라고 물으며 “이 현상에 대해 알면 알수록 믿기지 않는 내용투성이”라고 전했다.
크로피 집단 안에서 가장 지지 받는 주장은 ‘UFO 착륙설’이다. 클링켄버그 씨도 “영국 윌트셔에서 순식간에 지나가는 UFO를 본 적이 있어요. 현지 주민들도 종종 기이한 비행체를 본대요”라고 말했다. 실제로 미스터리 서클 주위에서 카메라가 갑자기 깨지거나 자동차가 스스로 작동하는 기현상이 몇 차례 보고됐다. 다만 대부분 증거는 없고 말뿐인 주장이다. UFO 착륙설을 증명할만한 객관적인 증거는 아직 아무것도 없다.
한때 과학자들은 자연현상에 주목했다. 가장 먼저 이론을 제시한 사람은 존 카프론(John Capron)이라는 과학자다. 그는 일시적인 회오리바람이 짧은 시간 안에 문양을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자연현상 가설은 비교적 최근까지 이어져 내려와 한때 스티븐 호킹 박사도 연구에 참여했다. 다만 ‘대형 문양은 만들 수 있으나 미스터리 서클의 복잡하고 화려한 문양까지는 표현하지 못한다’고 결론을 냈다.
현재 가장 설득력 있는 가설은 ‘인간 제작 가설’이다. 여러 가설들 중 유일하게 언론 앞에서 과정을 일부 증명해 보였다. 1991년 더그 바워(Doug Bower)와 데이브 콜리(Dave Chorley)가 기자들을 초청해 시범을 보였다. 그들은 밧줄로 디자인을 만들고 나무판자를 이용해서 벼를 눕혔다.
다만 완벽히 증명해냈다기에는 시간과 디테일이 문제점으로 꼽힌다. 하룻밤 사이에 몇 백 미터 규모의 정교한 문양을 만들려면 대규모 인력이 필요하다. 심지어 깜깜한 밤에 작업하려면 더 긴 시간이 소요된다. 그러나 마을 주민 그 누구도 대규모 작업 인력을 목격하지 못했다.
혹시 마을 주민들이 스스로 만들지는 않았을까? 일부 사람들은 아마 ‘상업용 목적’으로 지역사회가 일부러 만들었다고 추측한다. 예를 들어 영국 록밴드 레드 제플린의 앨범 커버에 ‘이스트필드 픽토그램(Eastfield Pictogram)’이 담긴 이후로 해당 지역 관광객 수가 크게 늘었다. 마을 주민들은 이스트필드 픽토그램이 담긴 티셔츠와 열쇠고리를 만들어 판매하기도 했다.
현대는 대형 트랙터와 드론 기술의 힘을 빌려 얼마든지 미스터리 서클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아직 1900년대 미스터리 서클에 대한 의문은 풀리지 않아 다양한 가설이 난무한다. 믿거나 말거나, 어떤 가설이든지 아직 명확히 증명된 주장은 없다.
[이동흠 여행+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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