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예술은 돈으로 평가할 수 없다’고 비판한 작품이 아이러니하게도 경매시장에 나온다. 심지어 두 번째 경매다. 첫 경매 때보다 가격이 6배나 뛴 채로 말이다. 9월 3일(현지시간) AP 통신은 다시 경매시장에 나온 ‘풍선을 든 소녀’를 보도했다.
2018년 경악할만한 사건이 일어났다. 한 경매시장에서 ‘풍선을 든 소녀’ 작품이 16억에 낙찰되자마자 스스로 갈려나갔다. 다행히 기계가 고장 나 절반만 파쇄되고 그림이 액자에 반쯤 걸린 채 멈췄다.
다음 날 그림 제작자 뱅크시(Banksy)가 자신이 범인임을 자백했다. 본인이 미리 액자 속에 무선 작동 철제 파쇄기를 설치했다고 말했다. 그는 몰래 경매 인파 속으로 들어가 낙찰 순간 리모컨 작동 버튼을 눌렀다. 평론가들은 이 사건을 두고 “뱅크시가 돈의 노예로 전락한 예술계를 비판했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예술의 시장화를 비판한 이 작품이 다시 경매시장에 나온다. 예상 가격은 한화 97억 원으로 2018년 16억 원보다 무려 6배 이상 올랐다. 파쇄기를 장착한 액자와 그림이 절반 파쇄된 채 당시 상황 그대로 나온다. 이 상황을 두고 일각에서는 “뱅크시 몸값을 올리기 위한 마케팅 일부 아니냐”라고 비판한다. 예술의 상업성을 비판한 작품이 현대 가장 성공적인 상품화 사례로 꼽히는 아이러니다.
‘얼굴 없는 예술가’ 뱅크시는 반자본주의(반소비)와 무정부주의를 표현하는 작가로 유명하다. 특히 권위에 의문을 던진다. 2005년 대영박물관에 몰래 진입해서 자신의 작품을 전시한 적도 있다. 원시인이 사냥을 마치고 쇼핑하는 모습을 새긴 돌을 진열하고 도망갔다. 하지만 며칠 동안 사람들은 그게 가짜인 줄 모르고 감상했다. 예술을 겉치레로 여기고 제대로 감상하지 않는 사람들을 비판하는 행위예술이다. 그의 행보처럼 기존 예술이나 권위를 비판하는 예술을 제도비판(Institutional Critique)이라고 한다.
역설적이게도 뱅크시가 예술의 상업성을 비판할수록 그의 작품은 더 비싸게 팔리고 있다. 뱅크시는 주로 길거리 벽에 그라피티를 그리는데, 그가 벽에 그라피티를 그리면 사람들은 너도나도 벽 겉면을 떼어내 팔아댔다.
[이동흠 여행+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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