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사람을 고문하고 싶다면 피자 위에 파인애플을 올려보아라.
칼 맞은 것보다 고통스러워한다.”
이탈리아의 피자 자부심을 풍자한 유머다. 피자 종주국답게 정통 피자에 대한 자부심이 하늘을 찌른다. 파인애플 토핑 같이 정통 방법을 고수하지 않은 피자는 음식이 아니라며 피자로 인정해 주지 않는다. 그런데 최근 파인애플 피자보다도 이탈리아 사람들의 비난을 받고 있는 음식이 있다. 바로 ‘자판기 피자’다.
최근 이탈리아 도시 곳곳에 피자 자판기가 설치되고 있다. 3분 만에 뚝딱 만들어진 간이 피자를 과연 이탈리아 사람들은 피자로 인정해 줄까? 지난 8월 31일(현지시간) CNN 뉴스는 로마에 찾아가 현지 사람의 의견을 물어보았다. 그리고 피자 자판기 업체 ‘미스터 고(Mr. Go)’의 창업자 마시모 부콜로(Massimo Buccolo) 씨를 인터뷰하여 ‘과연 피자로 인정받을 만한지’ 본인의 생각을 물어보았다.
“역겹고 끔찍하고 구역질나요!”
– 택시 기사 지아니(Gianni) 씨
로마 도심에서 택시를 잡아 가까운 ‘미스터 고’ 자판기로 가달라고 하자 택시 기사 지아니 씨는 “스키페자(Schifezza)!”라고 말했다. 역겹고 끔찍하고 구역질난다는 뜻을 동시에 표현하는 단어다. 심지어 운전 중 기사님 가족에게 전화가 왔을 때 ‘CNN 기자가 자판기 피자를 취재한다’고 전하자 통화 중이던 가족들도 화를 냈다. 오히려 택시 기사님이 “걱정 마, 저 사람도 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먹는 걸 거야”라며 변호해 줄 정도다.
신기한 점은 지아니 씨는 아직 한 번도 자판기 피자를 먹어본 적이 없다. 그는 “TV에서 본 적은 있다”라고만 답했다. 왜 먹어보지도 않고 자판기 피자를 욕하는 걸까?
“피자는 피자올리(pizzaioli)가 만들어야 해요.” 지아니 씨는 CNN 기자에게 말했다. 피자올리는 피자 전문 요리사를 뜻하는 단어다. 피자올리가 직접 공중에서 손으로 반죽을 회전시켜 동그랗게 펴고, 고기와 야채 토핑을 올린 뒤, 장작불로 데운 오븐에 구워야만 정통 피자로 인정받는다. 반죽 숙성부터 굽기까지 장장 40시간이 걸리는 ‘행위예술’이다.
그에 반해 자판기 피자는 공중이 아니라 판 위에서 기계 힘으로 반죽을 편다. 위생을 위해 기계 바닥에 떨어지는 야채는 넣지 않고 고기만 올린다. 모든 절차를 합해서 고작 3분 밖에 걸리지 않는다.
피자로 인정 못한다는 이탈리아 시민들의 비판에 ‘미스터 고’ 창업자 부콜로 씨도 동의했다. 부콜로 씨도 자판기 피자는 아직 피자보다는 피아디나(이탈리아식 파이)에 가깝다고 순순히 인정했다. 다만 그는 “더 발전시킬 것”이라며 간이 피자에 대한 욕망을 버리지 않았다.
택시 기사 지아니 씨도 궁금했는지 CNN 기자를 따라와 자판기 피자 한 조각을 먹어보았다. 한 입 물고는 “제발 당신이 이걸 소화할 수 있길 빌어요”라며 “차라리 이 돈으로 정통 마르게리타 피자를 사 먹겠다”라고 한 뒤 떠났다.
[이동흠 여행+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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