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스페인 카나리아 제도의 라팔마 섬에서 화산 폭발이 일어났다. 약 6,000여 명의 사람이 대피하였고, 관광객도 약 500명이 숙소를 잃었다. 그런데 스페인 관광부 장관이 이 참상을 “멋진 쇼”에 비유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20일(현지시간) 영국 로이터 통신은 레예스 마로토(Reyes Maroto) 장관의 무책임한 발언을 보도했다.
“자연이 가져다준 경관을 즐기고 싶으신 분, 지금이 가장 좋은 때입니다.” 놀랍게도 스페인 관광부 장관이 현지 라디오 인터뷰에서 직접 한 말이다. 레예스 마로토 장관은 “아직 라팜마 섬에 진입 통제를 하지 않고 있어요. 멋진 쇼(Wonderful Show)를 직접 구경하세요”라고 실언했다. 심지어 “당신이 머무는 호텔이 무너진다면 저희가 다른 곳을 직접 알아봐 줄게요”라며 도저히 공무원이 말했다고는 상상할 수 없는 발언을 방송 내내 이어갔다.
여유로운 장관의 발언과는 달리 현지 피해는 막심하다. 50년 만의 대폭발로 주민 약 6,000명이 대피했다. 관광객 500여 명도 숙소를 떠나 안전한 곳을 찾는 중이다. 20일 기준 이미 100채의 자택을 파괴했고, 아직 현재진행형인 용암류(lava flow)는 8만 명의 주민들을 위협하고 있다. 다행히 아직 인명피해는 없지만, 화산 폭발로 인한 여진이 2만2000회 이상 보고되어 추가적인 피해가 예상된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려고 했다”라는 마로토 장관의 의도와는 달리 전문가들은 일반인의 용암 구경을 금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로빈 앤드류 화산학 박사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용암류가 바다를 만나면 레이즈(laze)라는 유독가스 기둥을 만들어요. 염산과 화산재가 섞인 수증기이죠. 당연히 마시면 안 됩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레이즈가 눈과 폐 그리고 피부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힌다고 전했다.
마로토 장관을 향해서 거센 비판이 이어졌다. 특히 야당 총수 테오도로 이게아(Teodoro Egea)는 자신의 SNS에 “수백 명의 국민이 한순간에 삶의 터전을 잃었다고 제발 누가 장관님께 전해주세요”라고 게시했다. 현지 주민 이자벨 푸엔테스(Isabel Fuentes)도 스페인 TVE와의 인터뷰에서 “누군가에겐 멋있는 경관일지 몰라도, 저희에겐 비극이에요”라고 말했다.
[이동흠 여행+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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