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의 개선문이 거대한 은빛 천으로 둘러싸였다. 얼핏 보면 보수 공사를 진행하는 것 같지만 사실 설치미술 작품 ‘포장된 개선문 (L’Arc de Triomphe, Wrapped)’이다. 세계적인 설치미술가 크리스토 자바체프 (1935~2020)가 주도한 이 작품은 개선문을 2만 5천㎡의 은빛 파란색 천으로 덮고 3천m의 빨간 밧줄로 포장했다.
개선문(Arc de Triomphe)은 에펠탑과 함께 프랑스 파리를 상징하는 건축물이다. 파리 시내 북서부 샤를 드골 광장 중앙에 서 있다. 나폴레옹이 이끈 프랑스 군의 전쟁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지어져 1836년에 완공됐다. 이러한 의미를 지닌 개선문이 천으로 뒤덮이게 된 것이다. 크리스토는 ‘고정관념에서 해방된 자유가 내 작업의 주제다’라는 모토로 작품을 만들어왔다.
뉴욕타임즈에 따르면 ‘포장된 개선문’ 프로젝트는 크리스토의 유작이다. 그는 1960년대 개선문 인근에 살면서 개선문을 덮는 프로젝트를 꿈꿔왔고,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작년 5월 31일 사망했다. 그가 생전에 남긴 스케치와 몽타주를 통해 작품이 완성될 수 있었다. 그는 본래부터 거대한 천으로 자연과 건축물을 감싸는 예술 활동을 해왔다. 1985년 파리 퐁네프 다리 전체를 천으로 감싸는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1995년에는 독일 베를린 국회의사당을 은색 천으로 감싸기도 했다. 당시 베를린 국회의사당에선 그의 작품을 진행시킬지 여부가 논의되기도 했다.
크리스토는 뉴욕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돈과 인력, 엄청난 시간을 들여 만든 작품을 왜 금세 철거하냐는 질문에 “어린 시절의 추억처럼 아무리 소중한 것도 영원할 수 없음을 말하고 싶어서”라는 답을 내놓았다. 그는 “완성된 개선문 프로젝트가 사람들에게 놀라운 영감을 줄 것”이며 “바람으로 움직이고 빛을 반사하는 살아있는 물체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번 작품은 세계인들에게 잊지 못할 경험을 선사할까. 개선문 둘러싸기 작업이 완성된 모습은 9월 18일부터 10월 3일까지 볼 수 있다.
[정연재 여행+ 인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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