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사이족에게 사자는 용맹을 상징한다. ‘올라마이요(Olamaiyo)’라는 성인식에서 젊은 남성들은 창 하나 들고 초원으로 들어가 사자를 사냥한다. 잡은 사자의 꼬리를 보여주며 자신이 용맹한 전사임을 증명한다. 성년이 된 전사들은 주기적으로 사자 사냥을 나가서 자신의 지위를 끌어올린다.
그런데 최근 마사이 부족이 스스로 사자 사냥을 멈췄다. 영국 BBC 뉴스는 마사이 부족 전사 메이터란가 사이토티(Meiteranga Saitoti)를 인터뷰하여 변화하는 마사이족 관습을 보도했다.
“제가 어렸을 때는 얼른 커서 사자를 잡고 싶은 마음에 설렜어요. 아버지와 삼촌이 평생에 걸쳐 총 15마리를 잡았는데, 덕분에 저희 가족은 꽤 명망 있었죠.” 과거를 회상하며 사이토티는 인터뷰를 시작했다.
19살 성년이 된 그는 부족 전통대로 야생에 들어갔다. 혈투를 벌인 끝에 암사자 한 마리를 잡았다. 인정받았다는 자부심에 부푼 그는 사자 세 마리를 더 잡아, 젊은 나이에 벌써 총 네 마리를 사냥했다. 사이토티는 비슷한 나이 대 최고의 전사로 추앙받았다.
그러나 네 번째 사냥 이후 사이토티는 케냐 경찰에게 체포됐다. 1977년부터 케냐는 법으로 사자 사냥을 금지했다. 얼마 안 가 그는 풀려났지만, 돌아와 보니 그가 기르던 소 떼가 죽어있었다. 사자 짓이라는 생각에 복수심에 불탄 그는 다시 초원으로 들어갔다. 한 번에 사자 두 마리를 제압하고 배를 가르는데 속은 비어있었다. 무고한 사자 둘을 죽인 것이다.
사이토티는 그날부터 죄책감에 시달려 잠을 설쳤다고 한다. 다시는 사자를 잡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동료들을 불러 모아 관습을 바꾸기로 합의했다. 앞으로 마사이 전사는 성인식 때 사자 한 마리만 잡고, 나머지 일생 동안 절대 사자 사냥을 하지 않기로 약속했다.
과거 마사이족은 자신이 사냥해 죽인 사자에게 이름을 붙여주었다. 죽은 사자 이름을 부르며 용맹함을 과시하기 위해서다. 이제 마사이족은 살아있는 사자에게 이름을 붙인다. 옆에서 따라다니며 보호하기 위해서다. 그들은 수의사 또는 동물보호 관계자들이 오면 자신이 이름 붙인 사자들에게 데려다준다.
사냥보다 보호가 더 힘들어요. 항상 지켜봐야 하거든요.
– 메이터란가 사이토티 –
그는 마지막으로 “사자가 오랫동안 보이지 않는다면, 나쁜 일이 생길 징조예요”라며 “과거 용맹함을 상징했지만, 이제 사자 울음소리는 번영과 행복한 미래를 상징하죠”하고 인터뷰를 마쳤다.
[이동흠 여행+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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