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9.11 테러가 있다면 프랑스에는 파리 11.13 테러가 있다. 2015년 11월, 130명의 사망자를 낸 파리 연쇄테러 사건이 그것. CNN은 지난 8일 열린 재판에서 테러 사건의 피고인인 살라 압데슬람(Salah Abdeslam‧31)이 마스크를 벗고 재판장을 향해 “나는 개 취급을 받고 있다”고 소리친 상황을 보도했다. 그러자 법정 내 방청석에서는 욕설과 함께 “너는 개가 아니라 돼지다”라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는 후문.
6년 전 벌어진 파리 연쇄테러는 축구 국가대표팀 경기가 진행 중이던 스포츠 경기장과 근처 바타클랑 콘서트 홀(Bataclan concert hall)에서 액체 폭탄이 터지며 시작됐다. 테러범들은 이후 근처 식당가에서도 총을 무자비로 난사했다. 테러 현장에서 극적으로 생존한 사람들 중 2017년 후유증으로 자살한 사람도 있다고 전해졌다.
압데슬람은 당시 테러에 직접 가담한 피의자 10명 중 유일한 생존자다. 나머지 9명은 현장에서 경찰에 사살되거나 자살했다. 그도 범행을 저지른 후 곧바로 몸에 두른 폭탄을 터뜨려 자살을 시도했지만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체포됐다. 테러범들은 이슬람국가(IS) 대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압데슬람은 판사가 이름을 묻자 “알라 외에 신은 없다”고 대답했고, 직업을 묻자 “이슬람국가(IS)의 전사가 되기 위해 직업도 포기했다”고 주장했다.
이번 재판은 프랑스 현대사에서 최대 규모의 재판으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관련 피해자만 300명, 변호인은 330여 명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기록은 약 100만 쪽이다. 재판과정은 내년 5월까지 9개월 동안 이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또 사건 당해 대통령직을 수행했던 올랑드 전 프랑스 대통령도 증인으로 나서 사상 초유의 대규모 재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당시 30세이던 아들 토마스(Thomas)를 잃은 필립 뒤페론(Philippe Duperron)은 “피고인석에 서있을 용의자들에게 피해자와 유가족들이 겪은 끔찍한 고통에 대해 말해주는 게 중요하다”며 “앞으로 재판이 진행되면, 잊으려고 했던 고통의 시간들이 다시 떠오를 것을 알기에 두렵다”고 말했다.
[정연재 여행+ 인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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