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괴짜 노벨상’이 발표됐다. ‘헬리콥터에 코뿔소를 거꾸로 매달아 옮기는 행위가 코뿔소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논문이 올해 수상을 거머쥐었다. 10일(현지시간) BBC뉴스는 올해 수상자 로빈 래드클리프 교수를 인터뷰했다.
야생동물에게 문제가 생길 경우 수의사들은 동물을 헬리콥터에 거꾸로 매달아 인근 동물병원으로 이송한다. 열악한 도로환경 때문에 헬기 이동이 가장 빠르기 때문이다. 동물의 네 다리를 밧줄로 묶어 약 10분간 헬기에 매다는데, 동물에게 악영향을 미치진 않을까?
예상과 달리 이 행위는 전혀 위험하지 않다. 연구를 진행한 코넬대학 로빈 래드클리프 교수에 따르면 “오히려 건강에 이롭다”고 한다.
래드클리프 교수 연구팀은 나미비아 환경부의 도움으로 12마리 코뿔소에게 안정제를 주사하고 대형크레인에 매달아 몸에서 일어나는 반응을 실험했다. 연구팀이 처음에 우려했던 것과 달리 결과는 매우 긍정적이었다. 똑바로 서있을 때보다 10분간 거꾸로 매달렸을 때 체내 반응이 더 활발해졌다.
“혈액순환이 더 활발해졌어요”라고 래드클리프 교수는 BBC에게 전했다. “평상시에는 중력 때문에 폐 아래 부분에서 혈액순환이 활발하고 폐 윗부분은 거의 활동하지 못해요. 그런데 잠깐이나마 거꾸로 뒤집어주면 혈액이 폐에 골고루 퍼지게 돼서 신체능력을 길러주죠.” 부족한 인프라 여건 상 어쩔 수 없이 해왔던 동물 이송방법이 알고 보니 건강하고 효율적인 행위였던 것이다.
래드클리프 교수는 수상식에서 다음과 같이 소감을 밝혔다. “제가 괴짜노벨상 수상자라고 들었을 때 이걸 좋아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근데 이 수상 소식이 알려지면 더 많은 지구촌 사람들이 저희와 함께 야생 생태계를 지키려는 노력에 동참할 수 있을 것 같아 기꺼이 응했습니다.”
괴짜노벨상의 정식 명칭은 ‘이그 노벨상(Ig Nobel Prize)’이다. 노벨상을 패러디한 시상식으로 ‘처음에 읽었을 땐 피식 웃지만, 끝까지 읽어보면 깊게 생각하게 만드는’ 논문을 선정한다. 매년 하버드 대학에서 시상식을 개최하며, 수상자에게는 10조 규모의 짐바브웨 ‘가짜’ 지폐를 부상으로 준다. 그야말로 괴짜 과학자들의 잔치이다.
다음은 올해 다른 분야에서 노벨상을 수상한 논문 내용이다.
< 괴짜 노벨 경제학상 > 정치인들의 비만 정도와 공무원의 부패 사이 상관관계 연구
< 괴짜 노벨 평화상 > 남자 수염이 주먹다툼 시 충격을 흡수하기 위해서 진화했다는 가설 연구
< 괴짜 노벨 역학상 > 천천히 걸어가는데도 왜 가끔 다른 사람과 길에서 부딪히는지 연구
< 괴짜 노벨 곤충학상 > 잠수함에서 효과적으로 바퀴벌레를 퇴치하는 방법 연구
< 괴짜 노벨 교통상> 헬리콥터에 코뿔소를 거꾸로 매달아 옮기는 행위가 코뿔소 건강에 미치는 영향 연구
[이동흠 여행+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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