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국가보안법이 통과된 지 1년 반이 지났다. 국가보안법은 홍콩 내 반 중국 행위를 금지하는 법안이다. 국가 분열과 전복 행위에 가담할 경우 최대 무기징역형까지 내릴 수 있다. 보안법이 통과된 후 홍콩의 사회단체, 교육, 미디어 분야에 중국의 검열이 커졌다는 논란이 일어났다.
지난 29일 홍콩 디즈니플러스도 비슷한 논란에 휩싸였다.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디즈니플러스가 홍콩에 송출되는 ‘심슨 가족(The Simpsons)’ 시리즈의 한 에피소드를 삭제했다. 삭제된 에피소드는 1989년 중국 톈안먼 사건(天安門)을 풍자한 내용이라 알려져 있다. 톈안먼 사건은 1989년 6월 4일 중국 베이징 천안문 광장 앞에서 발생한 시민 무력 진압 사건을 말한다. 중국에서는 천안문 사건에 대한 언급이 금기시된다.
삭제된 에피소드는 심슨 가족 시즌 16의 12회 ‘베이비 인 차이나’다. 입양할 아이를 찾기 위해 중국을 방문한 심슨가족의 이야기를 담았다. 심슨 주인공 호머가 가족들을 데리고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 간다. 마오쩌둥(毛澤東) 중국 전 주석의 미라를 감상하고 “1989년 여기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라고 적힌 비석을 구경한다.
전차를 맨몸으로 혼자 막아선 시위대 남성 ‘탱크맨’이 떠오르는 장면도 이후에 등장한다. 탱크맨은 톈안먼 사건 때 거리로 전진하는 전차 18대를 홀로 막아 유명해진 무명의 시위자다. 영상 속 그의 모습은 톈안먼 사건을 상징하는 아이콘이 됐다.
디즈니플러스가 에피소드를 자의로 삭제했는지, 중국 정부의 지시가 있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디즈니플러스와 홍콩, 중국 정부 관계자들은 논평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검열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많다. 홍콩 언론 홍콩프리프레스(HKFP)는 “많은 사람이 죽은 톈안먼 사건을 감추려는 중국 정부의 의도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즈는 “이번 삭제는 홍콩의 표현과 비판의 자유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을 보여준다”고 논평했다.
[정연재 여행+ 인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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