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도시’라 불리는 이탈리아 베네치아에 물이 차올랐다. 베네치아는 기원전 5세기경 이탈리아 북동부 사람들이 이민족 침략을 피해 세운 해상도시다. 하지만 현재는 육지로 흐르는 물을 피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 5일 베네치아 산 마르코 광장(Piazza San Marco)에 들린 방문객들은 신발에 방수용 덮개를 씌워야 했다. 베네치아를 감싸는 석호로부터 들어오는 물이 발목까지 차올랐기 때문이다. 석호(lagoon)는 모래섬이나 산호초에 의해 큰 외해와 분리된 얕은 수역을 말한다. 이날 광장에 모인 방문객들은 물을 개의치 않고 사진을 찍고 커피를 즐기는 모습을 보였다.
사실 베네치아 주민들에게 물난리는 매년 일어나는 일이다. 베네치아는 118개의 작은 섬들이 약 400개의 다리로 이어져 생긴 도시다. 다리 밑의 수로가 중요한 교통로가 되어 독특한 시가지를 이룬다. 매년 9월에서 이듬해 4월 사이, 태양과 달의 인력으로 섬 근처 해안의 수면이 올라가는 ‘만조’와 해안에서 들어오는 바람이 강해지는 현상이 합해져 침수 피해가 난다. 이 침수 현상을 ‘아쿠아 알타(Acqua alta)’라 부른다.
하지만 아쿠아 알타의 피해 규모가 해가 갈수록 커지는 게 문제다.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2010년대를 기점으로 수위가 1.4m가 넘어가는 홍수 빈도가 늘고 있다. 2019년 11월에는 최대 1.87m까지 치솟아 도시의 80%가 물에 잠기기도 했다. 유럽지질과학연합(European Geoscience Union)은 2100년에 지금보다 1m 더 높은 수위의 침수가 닥칠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침수가 심해지는 원인으로는 지구온난화가 꼽힌다. 지구온난화로 실제 베네치아 주변의 해수면이 올라가며 피해 수준이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베네치아 시민단체 위아히어베니스(We are here venice) 제인 다 모스토(Jane Da Mosto) 상무는 “우리는 이미 기후위기에 처해있다. 미래에 벌어질 일을 대처하는 자세여선 안 된다. 바로 오늘을 위해 해결책을 준비해야한다”고 말했다.
[정연재 여행+ 인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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