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에서 가장 건조한 지역이라 불리는 칠레 아타카마 사막(Atacama desert)에 버려진 옷이 한가득 쌓였다. 아타카마 사막은 미생물조차 찾기 어려울 정도로 건조해 몇 천 년 전에 죽은 동물의 화석이 남아있기로 유명하다.
뉴욕포스트는 지난 9일 칠레 아타카마 사막에 각국에서 버려진 옷 폐기물이 쌓여 ‘쓰레기 산’을 이뤘다고 보도했다. 사막 위에 청바지, 티셔츠, 스웨터 등이 버려져 얼룩덜룩한 모습이다. 중국과 방글라데시 공장에서 만들어진 옷들은 유럽, 미국 등 시장을 거쳐 칠레에 도착한다. 매년 칠레 북부 이키케 항구(Iquique)에 들어오는 중고 의류만 5만9000t이다. 이중 2만t는 상인들에게 팔리고 나머지 3만9000t는 아타카마 사막에 버려진다.
의류는 자연에 버려질 경우 대기나 지하수를 오염시킬 위험이 높다. 완전히 생분해되는데 수백 년이 걸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화학물질이 들어있어 사립 매립지에는 매립이 허용되지 않는다. 칠레 시민들이 사막에 쌓인 옷들을 가져가 사용하고 주택용 단열재로 재활용하기도 하지만 3만9000t를 전부 처리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뉴욕포스트는 ‘패스트 패션’ 현상을 이 상황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꼽았다. 패스트 패션은 최신 유행을 따라가기 위해 새로운 디자인을 빠르게 내놓는 패션 산업을 뜻한다. 미국에서 매년 버려지는 원단은 약 1700만t이다. 2019년 유엔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의류 생산량은 2000년에서 2014년 사이에 2배가 증가했다.
패스트 패션 현상은 패션 산업에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장점이 있지만 환경오염의 주범이라 불리기도 한다. 시민단체 에코피브라(EcoFibra) 설립자인 프랭클린 제파다(Franklin Zepada)는 뉴욕포스트와 인터뷰에서 “청바지 한 벌을 만들기 위해선 물 7500L가 필요하다”며 “패션업계는 전 세계 폐수 생산량의 총 20%를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신발 제조 산업은 온실가스 배출량의 8%를 차지한다.
[정연재 여행+ 인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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