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스스한 해골이 환영받는 나라가 있다. 남아메리카에 위치한 볼리비아는 매년 11월 8일 해골을 꽃과 선글라스로 예쁘게 꾸미는 ‘해골 축제(Fiesta de las Natitas)’를 연다. 일주일의 축제 기간 동안 수많은 해골들이 볼리비아 거리를 메꾼다.
해골 축제는 ‘나티타스’라 불리는 볼리비아 전통 행사다. ‘나티타스’는 ‘코가 없음’이라는 볼리비아 원주민어로 코가 파인 두개골의 모습을 가리킨다. 올해에도 성대한 축제가 열렸다. 사람들은 저마다 치장한 해골을 들고 수도 라파스(La Paz) 묘지 공원으로 향했다. 해골 입에 담배를 물려주고 털모자를 씌우기도 했다. 로이터 통신은 “사람들의 손에 받쳐 나온 해골을 보면 그들이 얼마나 해골을 아끼는지 가늠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볼리비아 사람들이 들고 나온 해골은 조상의 두개골이다. 저마다 가정에서 모시는 조상님의 두개골을 화려하게 꾸며 복을 기원한다. 해골이 악한 기운을 막아주고 소원을 들어준다고 믿는 볼리비아 원주민 우루 치파야(Uru-chipaya)의 풍습으로부터 전해졌다. 우루 치파야 부족은 친족이 사망한지 1년이 지나면 시신을 발굴해 보관했다.
축제를 위해 볼리비아 사람들은 무덤에서 해골을 꺼낸다. 해골을 많이 모실수록 악령을 내쫓는 효과가 더 크다고 믿기에 몇 개씩 모으는 경향이 있다. 이때 가족뿐만 아니라 무연고 해골을 구하기도 한다.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한 소피아 이루스타(Sofia Irusta)는 “가족 구성원이 아플 때 나는 해골에게 우리를 치료해달라고 부탁한다”며 “실제로 이뤄진 적이 있다”고 말했다.
볼리비아는 과거 스페인의 지배를 받아 전체 국민 중 약 78%의 사람들이 가톨릭 신자다. 가톨릭교회는 해골을 모시는 볼리비아 전통 풍습을 공인하지 않겠지만 충분히 이해한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는 축제날이 되면 해골을 들고 온 사람들에게 축복 기도를 내려주는 가톨릭 신부의 모습과 축제를 즐기는 신자들의 모습을 함께 볼 수 있다.
[정연재 여행+ 인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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