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의 한 섬, 회색 아스팔트 도로가 빨간색 게들로 가득하다. 게들이 지나갈 때는 달리던 차가 멈추고, 심지어 어린아이도 킥보드에서 내려 기다려준다. 도대체 어떤 상황인지 미국 언론 FOX29 뉴스가 ‘홍게 대이동’을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호주 북서부 인도양에 위치한 크리스마스 섬, 홍게 수백만 마리가 차도를 건너고 있다. 매년 10월에서 11월 사이에 크리스마스 섬 홍게는 자신이 살던 숲을 떠나 해안을 향해 떠난다. 산란과 번식을 위해서다.
호주 공원관리청은 홈페이지에 “정확한 대이동 시기는 달의 위상에 따라 달라진다. 바닷물이 다 차오르는 만조(滿潮) 전에 홍게는 산란을 마쳐야 한다”라며 “놀랍게도 홍게들은 달의 위상 변화에 맞춰 자신이 정확히 언제 숲을 떠나야 하는지 알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홍게가 만조 전에 해안가에 다다라야 하는 이유는 밀물에 맞춰 알들을 바다에 내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번식을 마친 암컷 게들은 몸속 알주머니에 알들을 품고 있다가 만조 때 바닷물이 차오르면 먼바다로 알들을 뿌려 보낸다. 번식을 마친 게들은 다시 숲으로 돌아온다.
홍게들을 보호하기 위해 호주 공원관리청은 매년 이맘때쯤 단속에 집중한다. 홍게들이 주로 이용하는 도로에는 진입금지 표지판을 세워 차량 이동을 제한한다. 일부 구간에는 홍게 전용 육교도 만들었다. 표지판이나 육교가 미처 세워지지 못한 곳에서도 운전자들은 기다려주거나 직접 삽으로 퍼서 홍게들의 이동을 도와준다.
차량 진입은 안 되지만, 도보로 게들을 구경하는 행위는 가능하다. 호주 공원관리청 홈페이지에 따르면 플라잉 피시 만, 에델 해변, 그레타 해변에서 주로 홍게 대이동을 발견할 수 있다고 한다.
홍게 대이동은 크리스마스 섬의 효자 관광거리다. 도로와 해변이 빨갛게 물드는 진귀한 장면을 보러 수많은 여행객이 이곳을 찾는다. 지역 라디오 방송도 홍게 대이동 관련 뉴스를 실시간으로 여행객들에게 전해준다.
현재 홍게 약 6000만 마리가 크리스마스 섬에 서식한다고 알려져 있다. 1400명에 불과한 크리스마스 인구의 4만 배가 넘는다.
FOX29 앵커는 빨간 게들이 자동차 도로를 점령한 상황을 두고 “마치 ‘게’ 같은 상황(That’s a lot of crabs)”이라고 전했다.
[이동흠 여행+ 인턴기자]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