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들이 목에 꽃목걸이를 두른 채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다. 몇몇 사람들은 강아지들에게 고기와 우유를 갖다주며 “행복하게 해주세요”라고 기도한다.
도대체 왜 사람들이 개를 숭배하고 있는 걸까. 로이터 통신은 3일(현지시간) 네팔의 ‘쿠쿠르 티하르(Kukur Tihar)’ 축제를 보도했다.
지난 3일 수요일, 네팔은 ‘쿠쿠르 티하르’를 맞았다. 사람들은 이날 강아지를 씻겨주고, 화환을 씌워주고, 강아지 이마 위에 붉은색 ‘티카(제3의 눈)’를 그려준다. 집에서 기르는 강아지뿐만 아니라 떠돌이 개들도 극진히 대접한다.
쿠쿠르 티하르는 네팔 힌두교 축제인 티하르(Tihar)의 둘째 날이다. 쿠쿠르는 네팔어로 ‘개’를 뜻한다. 이날 하루만큼은 사람들이 개를 신처럼 모신다.
“쿠쿠르 티하르는 특별한 날이에요. 이날 하루만큼은 제가 우리 집 강아지를 숭배하죠.” 40세 주부 파르바티 데브코타 씨가 자신의 강아지에게 바치는 종교 의식을 마치며 로이터 통신에 전했다.
데브코타 씨 가족도 기르는 강아지에게 꽃목걸이를 걸어주고, 이마에 붉은색 티카를 새겨주었다. 종교 의식을 마친 후에는 고기와 우유, 심지어 쌀까지 강아지가 원하는 음식은 얼마든지 가져다주며 극진히 모셨다.
네팔 힌두교도들이 개를 극진히 모시는 이유는 개가 죽음의 신인 ‘야마라자’의 사자(使者)라고 믿기 때문이다. 개를 숭배함으로써 야마라자 신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힌두교 야마라자는 한국과도 특별한 인연이 있다. 동아시아 염라대왕의 어원이다. 염마라사(閻魔羅闍)는 야마라자의 한자 음차인데, 한국과 중국은 이를 줄여 염라대왕(閻羅大王)이라고 부른다. 일본은 앞의 두 글자를 살려서 염마(閻魔)라고 부른다.
하지만 동아시아 신화 속 염라대왕은 야마라자 신에게서 이름만 따왔을 뿐 힌두교와는 거리가 멀다. 초기 인도 불교가 야마라자를 자신의 교리에 맞게 흡수하고, 중국을 거쳐 한국으로 전해왔다. 불교 전파 과정에서 도교 및 기타 민간신앙과 섞이며 지금의 한국 염라대왕 설화가 나타났다.
[이동흠 여행+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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