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 직후 양말 냄새가 난다”, “우리 집 아기 똥 기저귀 냄새 같다”
모두 샌디에이고 식물원에 핀 한 꽃의 향기를 맡으면서 관람객들이 평가한 말이다. 마스크도 뚫는 지독한 악취를 풍기는 이 꽃의 정체는 무엇일까. AP 통신 등 미국 외신은 샌디에이고 식물원에 핀 ‘시체꽃’을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1일 월요일, 수백 명의 인파가 미국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 식물원에 모였다. 한 관람객은 1,500km 이상 떨어진 텍사스에서 하룻밤을 꼬박 새워 운전해서 왔다고 한다. ‘평생 한 번 볼까 말까’하다는 시체꽃을 보기 위해서다.
3m가 넘는 거대한 꽃대를 자랑하는 시체꽃은 7~10년에 한번 개화한다. 꽃이 피는 기간도 48시간 정도에 불과해 야생에서 보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이 식물은 ‘고기 썩는 듯한’ 냄새를 풍긴다. 악취로 파리와 송장벌레를 유인하여 수분(受粉)을 한다. 정식 명칭은 ‘아모르포팔루스 티타눔’이지만, 특유의 시체 썩는 냄새 때문에 사람들은 시체꽃이라 부른다.
샌디에이고 식물원 직원 존 클레멘츠 씨는 공기가 잔잔해지는 새벽에 시체꽃 악취가 절정에 달한다고 전했다. 그는 일요일 새벽에 시체꽃 수분을 도우며 “목구멍이 따갑고, 눈이 매워지고, 혀에서 금속 맛이 나는 경험을 했다”라고 현지 언론에 인터뷰했다.
클레멘츠 씨는 시체꽃의 향을 “개화 직후에는 프랑스 치즈 향이 난다. 고약하지만 나름 신선하다”라며 “하지만 점점 고등학교 체육관 냄새로 바뀐다. 곧 생선 썩은 냄새로 변하다가 결국 시체 썩은 냄새가 난다”라고 묘사했다.
일요일에 핀 이 꽃은 불과 이틀 뒤인 화요일에 시들었다. 샌디에이고 식물원은 짧은 기간 안에 약 5천 명이 넘는 관람객이 방문한 것으로 추산한다.
시체꽃을 관람한 방문객들은 향에 대해 각자 다양한 평가를 내놓았다.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은 “오래 묵힌 빨래 더미 냄새”, “햄버거 썩은 내”, “우리 집 강아지 변 냄새” 등 독특한 설명을 덧붙였다.
샌디에이고 식물원 발표에 따르면 이번에 핀 꽃과 자매 격인 다른 시체꽃이 개화를 준비 중이라고 한다. 현재 꽃대 성장이 진행 중인데, 11월 말 즈음 필 예정이다.
[이동흠 여행+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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