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남부 오키나와에 비상이 걸렸다. 어민들은 바다 위 죽은 물고기들을 보며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고 있고, 호텔은 예약 취소 전화를 받느라 분주하다. 어찌 된 일인지 NHK 등 일본 외신들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연회색 돌멩이들이 일본 오키나와 바다를 뒤덮었다. 스노클링 명소인 마에다 곶도 예외는 아니다. 돌멩이들이 바다 표면을 빼곡히 채워 땅인지 바다인지 구분하기 힘들 정도다.
일본 국립해양연구기구의 발표에 따르면 돌멩이의 정체는 해저 화산이 분화하여 생긴 경석(輕石)이라고 한다. 경석은 화산에서 분출한 용암이 갑자기 식으면서 생기는 구멍 난 돌이다.
해양물리학자 토루 미야마 연구원은 “필리핀해 후쿠토쿠오카노바 해저 화산이 폭발하여 대량의 경석이 형성됐다. 쿠루시오 반류를 타고 서쪽으로 흘러 오키나와 해안까지 도착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요미우리 신문에 전했다. 요미우리 신문은 ‘1945년 이후 일본 육·해상을 통틀어서 가장 큰 규모의 분화’라고 덧붙였다.
코로나19 비상사태 해제 후 급증하던 관광객들의 발걸음도 뚝 끊겼다. 경석 부유물들로 해상 레저를 즐길 수 없게 되자 호텔에는 예약 취소 전화가 잇따랐다. 특히 오키나와로 수학여행을 계획한 일본 중·고등학교들도 줄줄이 여행을 취소했다.
현지 어민들의 피해도 심각하다. 물고기들이 조그만 경석 조각을 먹이로 착각하여 먹고 집단 폐사했다. 경석은 어선 엔진에도 들어가 고장을 일으키고 있다. 현재 약 750척의 배가 항구에 갇혀 옴짝달싹 못 하는 중이다.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는 경석이 원자력발전소의 냉각수 취수 설비에도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위원회는 27일 기자회견을 열어 태평양 연안에 위치한 원자력발전소 담당자들에게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당부했다.
오키나와 당국이 경석 제거에 힘쓰는 중이지만 역부족이다. 헨토나 항에서 매일 10톤 이상을 끌어올리지만, 끊임없이 해안으로 경석이 밀려오고 있다. 다마키 데니(玉城デニー) 오키나와현 지사는 “신속한 조치가 필요하다”라며 관계 중앙정부기관에 협조를 구했다.
[이동흠 여행+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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