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난 집 불구경’ 하는 이색 관광이 등장해 화제다. 안 좋은 어감과 달리 화산 분출도 보고, 현지 주민도 돕는 ‘일석이조’ 관광이라고 로이터 통신이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관광객들이 용암을 뿜어내는 화산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지난 주말 ‘모든 성인 대축일(All Saints’ Day)’ 연휴를 맞아 유럽 관광객들이 스페인 카나리아 제도 라팔마 섬에 모였다.
관광객이 몰리자 스페인 화산긴급대응당국(Pevolca)은 무료 버스 투어를 선보였다. 버스로 관광객들을 화산 인근까지 직접 태워다 준다. 다만 안전사고를 대비해 쿰브레 비에하 화산 일정 거리 이내는 관광객 출입을 금지한다.
화산 분출 구경은 단순히 관광 목적만은 아니다. 화산 폭발로 삶의 터전이 파괴된 현지인들에게 조금이라도 경제적으로 도움이 되고픈 마음 때문이라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관광객들은 소비에도 적극적이다. 관광객 레이노소 씨는 “호텔, 레스토랑, 렌터카 이용에 아낌없이 돈을 쓰고 있다. 작지만 내가 이곳을 도울 수 있는 특별한 방법이다”라고 인터뷰했다.
라팔마 섬 쿰브레 비에하 화산은 9월 19일 폭발 후 5주째 용암을 뿜어내고 있다. 용암류가 덮친 시내 면적만 900 헥타르로 여의도 면적의 3배가 넘는다. 60km가 넘는 도로도 용암에 휩쓸렸다.
화산 폭발로 현지 경제 상황은 마비됐다. 특히 주력 산업인 농업과 관광업 피해가 극심하다. 화산재가 주 생계수단인 바나나와 아보카도 경작지를 뒤덮었기 때문이다. 한때 화산재 구름으로 공항도 마비됐지만, 현재는 원래 상태로 복구됐다.
현지 주민들의 주거 피해도 막심하다. 건물 2000채 이상이 파괴되고 주민 7000여 명이 대피했다. 남아있는 집들도 곳곳에 화산재가 쌓여 거주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다행히 10월 22일을 기준으로 보고된 인명피해는 없다.
아직 화산이 활동 중이지만, 관광에는 큰 위험이 없다. 강도가 낮기 때문이다. 스페인 언론 엘 파이스(El Pais)의 9월 29일 보도에 따르면 이번 재해의 화산폭발지수(VEI)는 8점 만점에 2점에 그친다. 화산폭발지수는 1점 높을수록 폭발 강도는 10배 커진다. 946년 백두산 분화의 화산폭발지수는 7로 추정된다.
[이동흠 여행+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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