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러시아와의 관광비자 협정을 중단할 예정이다.
파이낸셜타임스(The Financial Times) 등 외신은 빠르면 이번 주 내로 유럽연합이 러시아인을 대상으로 관광비자 발급을 중단할 것이라고 지난 28일 보도했다.
유럽연합의 외무장관들은 30일부터 이틀간 체코 프라하에서 EU-러시아 비자 협정 중단에 대해 회의할 예정이다. 러시아 정부 관리나 기업인을 대상으로 한 비자 발급 제한은 2월 말부터 시행됐다. 이번 회의에서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중단 조치를 논의하게 된다.
유럽연합의 관계자는 “러시아 관광객들이 우리 도시에서 돌아다니는 것이 부적절하다”며 “이 전쟁이 옳지 않고 받아들일 수 없다는 신호를 러시아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고 전했다.
유럽연합과 러시아가 2007년 맺은 ‘특별 비자 협정’으로 인해 비자를 한 번 발급받은 러시아 관광객은 자유롭게 유럽연합 회원국을 다닐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결정으로 러시아인들의 유럽 관광에 큰 타격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일부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 관광객들의 입국을 제한하겠다고 나선 것도 이번 공동행동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에스토니아, 핀란드, 라트비아 등은 이미 자체적으로 러시아인의 관광을 제한하고 있다. 에스토니아는 발급된 비자도 취소시켰고 라트비아는 지난 1일부터 러시아인들의 입국을 막고 있다. 핀란드는 내달 1일부터 러시아인에게 발급하는 비자의 90% 이상을 줄인다.
하지만 관광 비자 제한이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비자 발급 금지령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외무장관들이 만장일치로 합의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요제프 보렐 EU 외교정책국장은 “이번 주 회의에서 모든 러시아인의 비자 중단을 만장일치로 지지하지 않을 것”이며 “러시아 민간인과의 관계를 끊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부 국가들도 비자 발급 전면 금지에 회의적인 입장이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푸틴 때문에 모든 러시아인들이 고통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친러 행보를 보이는 국가나 러시아 관광객이 많이 방문하는 국가들 역시 이렇다 할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은 상태다.
글=이나한 여행+ 인턴기자
감수=홍지연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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