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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세부의 숨은 명소 하이랜드 여행지 3곳

권오균 여행+ 기자 조회수  

대한민국 제2의 도시 부산하면 바다부터 떠오른다.

필리핀 세부도 마찬가지다. 그렇지만 현지인에게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 부산의 산복도로를 올라가면 놀라운 부산의 속살을 발견할 수 있듯이, 세부도 한계령 넘듯이 차 타고 오르면 하이랜드에 닿는다. 필리핀 제2의 도시 세부의 도심과 푸르른 필리핀 바다, 그리고 낮고 흰 구름이 어우러진 풍경이 잔잔하게 다가온다.

코시국 이후 어렵사리 방문한 세부에서 몇 년 전 발간된 여행책에 나와 있는 장소부터 갈 수는 안될 일이었다. 세부 전문 관광가이드로 6년간 활동했던 김민수 씨는 우리나라 여행사의 투어 코스에는 없는 곳이라며 산으로 인도했다.

하이랜드는 현지어로 부사이 바랑가이다. 부사이는 동네 이름이며, 바랑가이는 마을, 또는 동네를 뜻한다. 부사이 바랑가이는 세부의 도심지를 벗어나 한적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비교적 높은 지대의 마을이다. 그래서 이 지역 투어를 하이랜드 투어라고 일컫는다.

 

▷ 인도에 타지마할이 있다면, 세부에는 레아 사원

무굴제국의 황제 샤 자한은 부인 뭄타즈 마할을 끔찍이도 사랑했다. 17년을 함께 살고 14명의 자녀를 뒀다. 부인이 아이를 낳다 서른아홉 세상을 떠나자 황제는 죽은 부인을 위해 아름다운 궁전이자 무덤을 지었다. 장장 22년이 걸린 이 건축물은 인도의 타지마할이다.



레아 신전.

규모나 역사성, 건축미를 타지마할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필리핀 세부엔 2012년에 지어진 레아 사원이 있다. 사연은 비슷하다. 홀로 남은 남편이 먼저 떠난 아내를 기리기 위해 지었다. 그녀의 이름이 레아 알비노 아다르나이다. 사원 명을 부인 이름에서 따왔다. 53년을 함께한 부부의 사랑이 담긴 그리스와 로마 양식의 신전이다. 영원한 건 절대 없다는 고대 그리스 철학자의 일갈이 무색해진다.



레아 신전 내부에는 주인공의 동상과 부부의 사진이 걸려 있다.

신전으로 입장하면 악사가 구슬픈 곡조로 바이올린을 켜고 있다. 계단을 오르면 금색 레아 동상이 있다. 그 뒤로 부인과 남편의 사진도 걸려 있다. 사원 밖으로 신전 앞마당 중앙에는 영화 로마의 휴일에서 본 듯한 상앗빛 분수가 있다. 필리핀 제2 도시 레아 도심 풍경이 펼쳐진다. 사연이 애틋하다 보니 커플 관광객이 많다. 미래의 연인을 만들려는 듯한 필리핀 총각의 구애도 눈에 띄었다.



레아 신전 전경



레아 신전도 전망이 빼어나다.

 

▷ 세부 최고의 야경 명소 탑스 전망대

조선의 4번 타자 이대호는 고향이자 자이언츠 프로야구단의 연고지인 부산의 야경 명소로 황매산 전망대를 꼽았다. 해운대나 광안리가 아니었다. 필리핀 세부에서도 바다 아닌 산 중턱에 야경 명소가 있었다.



산 속 깊은 곳에 있는 탑스 전망대.



세부 시티 쪽 전망이 멋지다.



낮에는 문을 닫았으나 전망대에는 식음료를 판매하는 매점이 포장마다처럼 들어서 있다.

주인공은 부사이산 정상에 자리한 탑스 전망대로 해발 600미터 높이에 있다. 레아 신전도 산 중턱에 있어 전망이 좋기는 마찬가지이지만 결정적 차이가 있다. 탑스 전망대 주변을 둥글게 감싸고 있는 건물엔 바와 매점이 들어서 있다. 코로나 이전에는 낮부터 열었는데, 현재 저녁에만 운영한다. 그래서 되도록 어스름해 질 무렵 방문하는 게 좋다. 6시가 넘어가면 해가 진다니 5시 30분쯤 오면 적절하다. 해가 완전히 지면 야경 감상 시간이다. 밤이 되면 세부 국제공항이 있는 막탄섬 방향에서 비행기가 오고 내리는 게 보인다. 김민수 가이드가 지인이 방문하면 반드시 데려가는 명소다. 하이랜드를 다 놓치더라도 이곳만큼은 꼭 방문해야 할 명소이며 방문자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고 강력히 추천했다. 그랍 택시를 타고 오면 왕복 3만 원 정도 든다.

 


탑스 전망대에서 세부 시내를 바라본 야경 모습. <제공 = 필리핀 관광부>



탑스 전망대 야경을 즐기기 못해 아쉬운 마음에 방문한 세부 시내 바이호텔 꼭대기 루프톱 바. 세부의 밤은 아름답다.

▷ 인스타 핫플, 리틀 암스테르담 꽃 정원



시아로 가든는 규모가 아주 넓지는 않다. 아기자기 하고 귀여운 매력이 돋보였다.

네덜란드 수도 암스테르담의 상징물은 튤립과 풍차다. 필리핀 세부에 의외로 작은 암스테르담이 있다. 시아로 가든(Siaro Garden)이다. 약 3600평 면적에 가득 만개한 꽃들 사이를 거닐 수 있다. 날개가 돌지는 않지만 알록달록한 풍차가 운치를 더한다. 풍차라기 보다는 커다란 바람개비로 느껴질 정도로 귀엽다. 베트남 다낭의 바나산 골든 브리지에서 영감을 얻은 듯한 큰 손 모양 전망대는 압도적이지는 않다. 그래도 몇 걸음 계단을 오르면 울창한 산림을 마주하게 된다.



인증샷 찍기 좋은 손 모양 계단이 있다.



한 곳 더 있다.

처음에는 꽃 판매를 위한 꽃 농장으로 시작되었으나, 이내 주인이 이를 꽃밭으로 유지하기로 마음을 바꾸어 정원이 되었다. 2016년부터 개장한 이후 세부의 대표 인스타그램 스폿 중 하나로 부상했다. 꽃밭 위로는 작은 풀장을 만들어놓았다. 현지 아이들이 물장구치는 모습을 보면 절로 마음이 경쾌해진다.

 

▷ 눈코입 모두 호강 세레니티 팜 앤 리조트

세레니티 팜 앤 리조트는 말루복산(Mt.Malubog) 위에 자리하는 리조트다. 숲 풍경이 파노라마도 펼쳐진 테라스에서 휴식을 즐기고자 방문하는 이들이 많다. 필리핀식 식단을 내놓지만, 낯선 음식이라고 하더라도 부담스럽지 않다.



세레니티 팜 앤 리조트는 풍경 맛집이다.

크리스피 파타(crispy pata)는 튀긴 족발로 겉은 파삭하고 속은 촉촉한 편이다. 식감이 괜찮아서 씹다 보면 계속 먹게 된다. 치킨 아도보(Chicken Adobo)는 닭찜이다. 담백하고 고소하다. 피낙뱃(pinak bat) 가지 및 호박, 파프리카 등 갖은 채소볶음, 카모테(camote)는 필리핀식 시금치 볶음이다. 자칫 육식을 과식할 수 있는데, 이런 채소류가 있어 반갑다. 시남팔로캉 탕기기(SinampalokangTangigi)는 돛새치과 생선과 생강 및 채소를 넣고 끓인 수프다. 국물이 다소 시큼하여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크리스피 파타, 피낫백, 우베 케이크, 야자수 음료, 카모테.

식전 음료로 나오는 코코넛 음료와 망고 주스, 그리고 후식 격 우베 케이크도 만족스러웠다. 우베는 보라색 빛 덩굴식물 마로, 퍼플 얌(Purple yam)이라고 불린다. 맛은 고구마와 비슷한데 더 달고 부드러워 밤 맛도 난다.



식사도 맛있고, 풍경도 멋지다.

식사도 훌륭하지만, 풍경이 끝내준다. 풀 내음을 담은 바람이 불어오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화려한 경관이 눈에 들어온다. 눈, 코, 입이 모두 호강하는 순간이었다. 세레니티 팜 앤 리조트는 식당뿐 아니라, 숙박시설도 겸하고 있다.

 

▷ 안 보면 아쉬운 시내 관광지





마젤란 십자가.

세부 시청 앞 팔각 건물 안에 마젤란 십자가가 있다. 마젤란이 세부에 처음 와서 라지후미본 추장과 그의 가족, 마을 사람들을 가톨릭으로 개종하도록 설득한 후 이를 기념하기 위해 세운 십자가다. 십자가 조각을 물에 삶아 먹으면 병이 낫는다는 미신 탓에 훼손되는 일이 잦았다. 현재는 단단한 나무로 십자가를 고정하고 손에 닿지 않게 올렸다. 여기를 지날 때 노란 옷을 입은 분들이 반갑게 맞이한다. 우리로 치면 무당 같은 역할을 한다. 돈을 내면 칼춤을 추며 재물, 학업, 건강을 기원해준다. 천장에 세례 의식을 표현한 벽화가 있어서 자세를 낮추고 카메라를 천장 방향으로 향하여 기념사진을 찍는다.



산토 니뇨 성당 아기 예수상.



산토 니뇨 성당 아기 예수상.

마젤란 십자가를 지나면 산토 니뇨 성당이다. ‘성스러운 아기’라는 뜻이다. 마젤란이 라지후미본 추장 가족에서 선물한 아기예수상을 보관하고 있다. 전쟁과 화재에도 훼손되지 않아 필리핀 사람들에게 수호신으로 여겨진다. 필리핀 각지에서 찾아온 순례자들이 성당 바깥 기도 공간에서 수많은 초에 불을 붙이며 건강과 행복을 기원한다.



 

▷ 세부 가는 길 편해진다



인천에서 세부까지는 4시간 30분가량이 걸렸다. 곧 직항 항공편이 획기적으로 늘게 된다. 세부퍼시픽항공의 인천발 세부행 항공편은 주 2회에서 2022년 9월 9일부터 주 7회로 확대했다. 카미나 레예스 로메로 세부퍼시픽항공 대변인은 “세부의 골목길 마다 삼겹살 집이 있고, 필리핀 누구나 송중기와 송혜교를 안다”며 K-드라마 팬임을 고백했다. 이어 그는 “세부 공항은 팔라완을 포함해 필리핀 21곳으로 연결되는 요지”라며 인천~세부 노선 증편의 의미를 설명했다.



카미나 레예스 로메로 세부퍼시픽항공 대변인.

필리핀은 입국 절차도 간소한 데다가 12세 미만 소아는 별도의 코로나 관련 서류 제출 없이 입국할 수 있어 어린 자녀와 가족여행을 떠나기 수월하다. 세부는 팔라완을 포함 21곳으로 연결된다. 항공편이 대폭 증편된 세부로 들어와서 필리핀 각지의 숨겨진 섬 여행지로 떠나기도 좋다.

[권오균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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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균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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