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국회의사당에 새로 설치된 동상을 두고 여야 간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인도 야당은 동상의 생김새가 불필요하게 공격적이라며 정부의 힘을 과시하는 것이라 비판했고 여당 측은 반박했다.
CNN, BBC 등 외신에 따르면 인도 정부는 지난 11일 뉴델리에 위치한 새 국회의사당 개관식에서 사자 형상의 거대 동상을 공개했다. 약 6m 높이의 동상은 인도의 국장(國章) ‘아소카 대왕의 석주’를 본 딴 것으로 추정된다. 아소카 대왕의 석주는 1947년 인도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후 국가 상징으로 채택되었고 오늘날 인도 여권 및 화폐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날 나렌드라 모디 총리(Narendra Modi)는 개관식에 참석해 동상을 구경하고 건설 노동자들과 악수를 나누는 영상을 게재했다. 새 동상은 기존 국장에 비해 송곳니가 날카롭고 눈매가 매섭게 표현된 게 특징이다.
동상이 공개되자 인도 야당은 정부가 국가 상징을 모욕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인도국민회의당(Indian National Congress Party)의 자이람 라메시(Jairam Ramesh) 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새로 공개된 동상이 “본래의 사자 모습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인도 상원의 자우하르 시카(Jawhar Sircar)의원 역시 사자를 두고 “불필요하게 공격적인 모습”이라고 묘사했다.
공격적인 사자의 모습이 정권의 분위기를 반영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변호사 겸 정치 활동가 프라샨트 부샨(Prashant Bhushan)은 “송곳니가 드러난 사자가 현재의 정치적 분위기를 반영한다”며 “이게 모디의 인도다”라는 게시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강경 우파 인사로 꼽히는 나렌드라 총리는 특유의 강한 추진력으로 양면적 평가가 뒤따른다. 야당은 나렌드라 총리가 권력을 과시하고 공격적인 성향을 보인다고 비판해왔다.
사자 동상에 대한 논란이 격화되자 집권 여당 BJP(Bharatiya Janata Party)은 이를 잠재우고자 동상을 옹호하고 나섰다. BJP 소속 정치인 아미트 말비야(Amit Malviya)는 “3D로 된 동상과 2D로 만든 국장을 비교하는 건 잘못 되었다”라며 “사자의 모습은 큰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석유 및 천연가스 장관 하디프 싱 푸리(Hardeep Singh Puri)는 새로운 동상이 높아서 생긴 문제라며 고대 아소카 대왕의 석주도 아래에서 올려다보면 비슷한 인상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아름다움은 보는 사람 눈 속에 있는 것이다”라며 “평온과 분노도 마찬가지”라고 트위터를 통해 말했다.
논란의 사자상을 만든 조각가는 인도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각도의 차이가 만든 문제”라며 “사자의 송곳니는 아래에서 볼 때 부각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나는 고대 사자상과 완벽하게 일치하는 복제품을 만들고자 노력했다”고 주장했다.
글= 허유림 여행+ 인턴기자
감수= 홍지연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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