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티지 가구의 대명사 장 프루베(Jean Prouvé)의 테이블에서 1군 발암물질인 석면이 사용됐다는 제보가 나왔다. 1939년 제작된 테이블은 최근 다국적 경매 회사 ‘소더비스 뉴욕(Sotheby ‘s New York)’에 의해 160만 달러(약 21억)에 판매됐다. 경매회사 측은 골동품 구매자에게 가구의 상태와 훼손 정도를 미리 고지했으나 정작 석면의 위험성을 알리지 않아 논란이다.
지난 14일(현지시각) 예술 전문 매체 아트넷(artnet)은 글로벌 경매 회사 소더비스가 판매한 빈티지 가구에 석면이 사용됐다는 소식을 전했다. 석면은 WHO 산하 국제 암 연구기관(IARC)가 지정한 1군 발암물질로 호흡기를 통해 흡입되면 배출되지 않고 석면폐증을 일으킬 수 있다. 높은 내구성과 절연성으로 오래전부터 우수한 건축 자재로 간주됐으나 건강에 치명적이라는 위험성이 알려진 이후 세계적으로 사용이 금지됐다.
논란이 된 가구는 세계적인 건축가 겸 가구 디자이너 장 프루베가 1939년 제작한 테이블 세트의 일부다. 당시 그는 프랑스 해변 식당의 의뢰를 받아 30개의 테이블 세트를 만들었다. 대서양의 짠 공기로부터 테이블을 보호할 수 있게 아연과 강철 다리를 사용했고 콘크리트 상판을 올렸다.
프루베의 테이블은 최근 몇 달간 소비더스에 의해 두 차례 판매됐다. 첫 번째 테이블은 작년 12월 미술 수집가 피터 브랜트(Peter Brant)와 슈퍼모델 스태파니 시모어(Stephanie Seymour)의 컬렉션을 위해 98만 달러(약 13억)에 팔렸다. 지난달 열린 경매에서는 160만 달러(약 21억 달러)에 판매돼 프랑스 디자이너 작품으로서는 역대 7번째로 높은 경매 가격을 기록했다.
가구에 석면이 사용됐다는 사실을 처음 제보한 사람은 뉴저지 출신 골동품 딜러 조나단 오헤아(Jonathan O’Hea)다. 그는 가구의 상세 설명을 보고 석면이 사용되었음을 짐작했다. 그에 따르면 테이블 상판 재료는 ‘섬유화된 그라니폴리 콘크리트(fibrated Granipoli concrete)’라고 서술됐다. 조나단은 ‘그라니폴리’가 과거 석면을 지칭하는 무역 용어였음을 알아채고 경매 회사 측에 이를 알렸으나 회사는 응답하지 않았다. 그는 “경매 회사가 잘못했다”며 “구매자들이 이 문제에 관심을 갖든 말든 알려야 할 도덕적 의무가 있다”고 아트넷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경매를 주관한 소비더스는 상품 상세 설명에 가구 표면의 긁힘 정도와 상태 등을 자세히 기재했다. 그러나 가구 소재에 발암물질이 포함됐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아 논란 중이다. 회사 측은 아트넷에 “현재 문제의 재료를 식별하기 위해 과학 연구팀과 협력하고 있다”며 “해당 테이블은 아직 소더비스의 소유이며 분석 결과가 나올 때까지 보관할 것”이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보냈다.
글=허유림 여행+인턴기자
감수=홍지연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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