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를 찾는 인플루언서들이 늘어나 화제다.
내전 중인 국가를 여행하는 것을 두고 독재 정부를 미화하고 전쟁의 참혹함을 지우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미국 온라인 매체 인사이더(Insider)에 따르면 지난 12개월 동안 최소 10명의 여행 인플루언서들이 혼자 시리아를 여행했다. 이들은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시리아 여행 영상을 올렸다. 영상에는 정부 통제 지역의 레스토랑과 시장, 유적지를 방문하며 가이드로부터 역사 수업을 받는 모습이 나온다. 내전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었으며 전쟁으로 인해 황폐화된 도시의 모습도 등장하지 않았다.
인플루언서들은 시리아 정부의 지원을 받고 여행을 하며 독재정권을 미화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는다. 내전 중인 시리아에 입국하기 위해서는 국가 정보국의 보안 허가를 받아야 한다. 특히 수도 다마스쿠스 등 정부 통제 지역을 여행하려면 정부 승인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정권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세계적인 인권기구 ‘국제앰네스티’ 관계자는 “시리아 정부가 여행객들을 통제하고 있다”며 “인플루언서들은 정부가 원하는 시리아의 이미지를 보여주도록 강요받을 것”이라고 인사이더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실제로 인플루언서들은 영상을 통해 정부와 대립하는 반란군을 비판하고 독재 정부를 미화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구독자 17만 명의 여행 유튜버 재닛 뉴웨넘(Janet Newenham)은 폭격된 도시 일부를 비추며 “테러리스트에 의해 파괴되었다”는 주장해 비판을 받았다. 반란군을 테러로 간주하고 독재 정부를 옹호했다는 것이다. 여행 블로거 일드림(Yıldırım)도 영상에서 유사한 주장을 해 비판을 받고 논란이 되는 발언을 편집했다.
앰네스티 관계자는 “소셜 미디어에서 좋아요와 공유를 위해 암울한 현실을 지우는 블로거들이 가혹하다”며 “수백만 명의 시리아인들은 체포와 고문, 처형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시리아 인권 운동가 모하메드 알 네세르(Mohamed al-Neser)는 “외국 유튜버들이 아사드 정부의 홍보 도구가 되었다”고 말했다.
시리아는 2011년 3월 내전이 발발한 후 지금까지 정부군과 반란군의 대립이 이어지고 있다. 풍부한 역사 유적과 아름다운 자연 경관으로 과거 중동 최고의 관광명소로 꼽히던 국가지만 내전 이후 주요 도시들이 초토화되고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하며 여행 기피 국가가 됐다.
내전이 10년 넘게 이어지며 승기는 바샤르 알 아사드(Bashar al-Assad) 대통령이 이끄는 정부군에게 넘어갔다. 바샤르 대통령은 아버지 하페즈 알 아사드(Ḥāfiẓ al-ʾAsad)에 이어 대통령직을 세습한 인물로 2000년부터 시리아를 통치 중인 독재자다. 그는 무자비한 철권 통치로 시리아 내전을 일으킨 장본인으로 꼽힌다.
글=허유림 여행+ 인턴기자
감수=홍지연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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